"병원만으론 부족"…약국 백신 접종 허용 논의 불붙나

예약 없는 접근성·국가 감염병 부담 완화 효과 기대

  공중보건 강화를 위해 약국에서도 백신을 맞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이정연 교수는 한국임상약학회지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겪으며 접종 지연, 백신  기피, 의료 인력 부족 등 위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넥스트 팬데믹(차기 감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약사의 백신 접종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약사의 백신 접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세계약사연맹(FIP)에 따르면 전 세계 120개 참여국 중 56개국이 약국 기반 예방 접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44개국은 약사가 백신을 직접 투여하고 26개국은 처방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에서는 전체 성인 코로나19 예방접종 건수의 70% 이상이 약국에서 투여됐다. 영국에서는 2023년 기준 코로나19 백신 투여 건수의 46%가 약국에서 접종됐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필리핀이 2014년부터 약국 기반 예방접종을 허용하고 있고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과 중동 국가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타 직군의 협조, 근거 기반 백신 상담, 고위험군 대상 서비스 등 오랜 준비를 거쳐 약국 기반 백신 접종을 도입했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많은 국가가 법적 제한과 의료계 반대, 약사 직능에 대한 신뢰 부족 등으로 마찰을 겪었다.

 미국도 처음에는 의료계와의 역할 분쟁으로 갈등을 빚었다. 다만 1996년부터 시작한 약국 기반 예방접종 인증 교육 프로그램으로 2019년 기준 약 36만명 이상의 인증 교육 약사를 확보했다.

 이후 단계적인 법 개정과 함께 2009년 독감 백신, 2020년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약사 참여가 대규모로 허가됐다.

 현재 미국의 모든 주는 성인 대상 폐렴 구균 백신, 독감 백신,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약사 참여를 허용한다.

 영국에서도 의료계 반대로 시행이 지체됐지만 정부 협력을 얻어 한시적 시범사업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데이터 기반 효과 검증, 약국 임상 감사 등을 통해 2012년 정규 보건 서비스로 제도화됐다.

 이 교수는 한국도 이와 같은 단계를 밟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사의 예방 접종은 예약 없이 접종받을 수 있는 접근성, 유연한 운영 시간, 국가 감염병 관리 부담 경감, 미접종자 감소 등 다양한 이점을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예방 접종률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약사의 역량 강화 등 여러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약국 기반 예방접종 인증 교육을 통해 준비된 약사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법적 권한을 확보하기 이전부터 장기간 준비돼야 한다. 많은 국가에서는 이미 약대 필수 교육에 이를 포함하고 있다.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 감염병예방법 시행 규칙에 약사 예방접종의 시범사업을 가능케 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약사법에 '예방 가능 감염질환의 백신 투여' 등 업무를 포함할 수 있는 법안 개정을 도모할 수 있다.

 의료계 등 여러 집단의 협력도 필요하다. 약사 단체는 입법기관과 보건복지부, 의료계와 합의점을 도출해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전 세계 6대륙에 걸쳐 예방접종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는 계속 늘고 있고, 이는 약사의 참여가 의료 인프라, 인구, 의료보험 체계 등과 상관성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근거"라며 "'백신 투여는 약사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정의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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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비용심사 통해 국가예방접종 오접종 관리…해당자 고지"
질병관리청은 국가예방접종 백신 비용 심사를 통해 오접종 사례를 관리하고 이를 대상자에게 알리고 있다고 밝혔다. 백신 오접종은 잘못된 부위·대상에 백신을 접종하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백신을 접종하는 등의 사례다. 질병청은 지난 23일 연 정례 백브리핑에서 "국가예방접종은 국비 지원 사업으로 의료기관에서 비용을 청구하면 적합 대상 여부 등 기준에 맞게 접종됐는지 정부(관할 보건소 등)가 확인하고 그에 맞게 지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국가예방접종 관리 지침을 개정, 오접종 시 의료기관이 대상자에게 이를 알리도록 규정해 환자가 해당 사실을 알고 재접종이 필요한 경우 다시 맞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질병청은 그러나 "국가예방접종도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처럼 시스템을 통한 체계적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보고 전환 중"이라며 "(백신별) 시기에 따른 접종 횟수 등이 달라 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어 정비 이후 빠른 시일 내에 시스템을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에 대한 오접종 통계는 정부가 관리하고 있지만 결핵 등 18종에 이르는 국가예방접종사업 백신 관리는 사실상 의료기관에 맡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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