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무너진 지역·필수공공의료 회복에 전화위복 되길"

공공의대 등 공공병원만 의무복무 하는 의사 양성 시스템 도입 필요
필수 의료 붕괴는 공공성 잃고 사익 추구한 결과…공공성 회복해야
영월의료원 응급실 지킨 조승연 전 원장, 8월부터는 외과 의사 복귀

 1년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이 해결 기미가 보이고 새 정부의 공약인 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지역 공공의료계도 힘을 보태고 나섰다. 

 25년간 공공의료에 헌신하다가 지난 4월부터 영월의료원의 응급의사로 일하고 있는 조승연(62) 전 인천의료원장과 조 전 원장을 시골로 불러들인 서영준(68) 영월의료원장은 한목소리로 "보건의료 체계에서의 공공성 회복"을 강조했다.

 의사와 보건 행정가로 대한민국 공공의료를 이끌어온 두 전문가가 근무 중인 영월의료원에서 만나 의정 갈등 문제와 지역·필수·공공의료 분야의 만성적인 전문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이어 "지역 필수 의료의 붕괴는 공공성을 잃고 사익 추구를 무한 허용해온 결과다. 당연히 돈 안 되고 힘든 지역과 필수 분야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문제의 답은 보건의료 체계에서 공공성의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공공의료 의사 수급 문제에 있어서 서 원장은 열변을 토해냈다.

 2023년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로 정년퇴임을 한 뒤 영월의료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삼척의료원장, 강원도 공공의료개혁위원장, 한국보건행정학회장 등을 두루 거친 공공의료 보건행정 전문가다.

 서 원장은 "의료 안전망인 공공병원은 기본적으로 전 국민이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하지만 완전 자유시장 경제에 내몰린 우리나라의 의료체계 탓에 공공병원은 늘 의사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의정 갈등에 대해 그는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전공의(수련의)들의 노동력을 이용해 대학병원이 운영돼 왔다"며 "이제는 과거의 시스템으로 100%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어찌 보면 의정 갈등 사태가 그동안 외면받아온 공공의료 문제 해결에 있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원장은 공공의료 기관에 전문으로 근무하는 의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공공의대 신설에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그동안 국립의대가 공공의사 양성에 전혀 역할을 못했다"며 "사관학교와 같은 공공의대를 설립하거나 공공병원에만 의무 복무할 의사를 양성하는 별도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조 전 원장도 서 원장과 견해를 같이했다.

 조 전 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필수 의료의 붕괴는 병원 부족이라기보다는 의사 인력이 부족에서 기인하고 있다"며 "의사 수를 늘리는 것과 이들을 지역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능력·성적 지상주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의과대학 교육 개혁 없이는 공공의료제도 안에서 일할 사명감 넘치는 의사를 양성할 수 없다"며 "모든 의대를 공공의대화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안으로 소수의 공공의대를 설립해 좋은 교육임을 증명한다면 많은 의과대학도 이 길을 따를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지역의사제 역시 당장은 경제적 지원으로 지역에 의사를 유도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처우 개선의 치킨게임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무를 부여하고 그에 걸맞은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때 효과가 있다고 조 전 원장은 짚었다.

 인천의료원장에 이어 성남시 초대 의료원장 등을 역임한 공공의료계의 산증인인 조 전 원장은 지난 4월부터 영월의료원 응급실 의사로 근무하고 있다.

 특정 질환이 아닌 소아(19세 미만) 연령의 모든 질환을 다루는 분야인 소아외과가 세부 전공인 그는 응급실에서 다양한 환자를 돌보는 데 익숙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영월·평창·정선 등 강원 남부권 주민 12만명의 건강을 책임지는 공공의료의 보루인 영월의료원을 이끄는 서 원장과는 공공의료 분야에 있어서 찰떡 호흡이다.

 영어 표현으로 '외과의 장군'(General Surgeny:일반외과)에서 지역의료원 응급의사로 넉 달간 일하면서 "환자를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조 전 원장은 오는 8월부터는 서 원장의 제안에 따라 영월의료원 외과 의사로 변신해 지역 공공병원 외과 활성화에 나선다.

 그는 "새 정부에서는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는 지역 공공병원 임직원들이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응급실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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