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병용요법 보험적용에 암환자 숨통…희귀질환자 접근성은

식약처 허가 혁신신약 10종 보험 미적용…조피고주 12년째 대기

 

 다음 달부터 암 환자들이 기존 건강보험 적용 항암제와 비급여 항암 신약을 함께 사용하더라도 기존 약에 대한 건강보험 혜택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내용의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약제) 일부 개정 고시안'을 지난 18일 행정 예고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번 개정안을 '급여기준 개선의 첫걸음'이라고 논평했으며, 글로벌 제약사 모임인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도 환영 의사를 표했다.

 다만 이들 환자단체와 제약업계 모두 이번 개정안을 환영하면서도 국내 환자들의 낮은 치료 접근성을 언급하며 약가 제도 및 건강보험 급여체계 개편 논의가 환자 중심으로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평가한 점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두 제도 모두 정부의 재정 안정성이 환자 치료 기회 보장보다 우선시되고 있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대부분 고가인 혁신 신약 및 병용 위주로 변화하는 항암 치료법이 해외에서는 이미 도입됐지만 국내 환자들은 비교적 뒤늦게 급여 혜택을 받게 됐다.

 지난 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병용요법의 암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서동철 중앙대 약학대학 명예교수는 "제약업계의 항암 치료 파이프라인(개발 중인 제품) 50%가 병용요법일 정도로 대세가 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현재까지 신청된 항암제 병용요법 대부분이 비급여 상태"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번 항암 병용요법 급여기준 개선으로 암 환자들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지만 고가의 혁신 신약과 치료제를 필요로 하는 중증·희귀질환 환자들 대다수는 여전히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건강보험 급여 적용 여부는 환자 중심 치료와 치료 접근성 확보의 핵심이지만 제도적 한계로 주요 해외 선진국과의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2023년 미국제약협회(PhRMA) 발표에 따르면 해외에서 처음 출시된 신약이 1년 이내에 한국에 도입되는 비율은 5%로, OECD 평균인 18%나 일본의 32% 대비 현저히 낮다.

 더욱이 신약이 국내에 도입된 후 실제 건강보험 급여로 이어지는 데에는 평균 46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독일이 11개월, 일본이 17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환자들은 동등한 치료 기회를 얻기까지 최소 2~3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의미다.

 급여율도 해외 대비 낮은 편이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글로벌 신약 비율은 22%로, 주요 선진국인 일본(48%)과 프랑스(44%)와 큰 차이를 보였고, OECD 평균(29%)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해 보건복지부가 치료 기회 확대를 위해 혁신 신약의 적정가치를 보상하고 환자 치료 접근성을 강화하는 약가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희귀질환자들 사이에서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KRPIA가 혁신 신약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47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미 허가된 혁신 신약 중 10종이 건강보험 급여 관문을 아직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전립선암 치료제 조피고주(라듐-223염화물)의 경우 12년째 급여를 기다리고 있다. 암의 일종인 3차 이상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치료제 컬럼비 주(글로피타맙)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에 두차례 상정됐지만 급여기준 미설정의 고배를 마셨고 희귀난치암인 VHL 관련 신세포암을 치료하는 웰리렉 정(벨주티판) 역시 두 번째 급여 도전도 실패해 2023년 5월 허가 후 2년째 비급여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KRPIA는 미국 암학회와 미국 국립암연구소 등 분석을 보면 신약으로 암 사망률이 25% 감소했으며, 전 세계 암 환자 5명 중 4명이 혁신 항암 신약과 치료법을 통해 암 진단 후에도 직장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1달러는 7달러의 의료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는 해외 연구자료 결과도 신약 접근성의 중요성을 뒷받침한다.

 이번 병용 항암 치료 개선안에 이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적극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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