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다가 풀썩'…기면증 치료제 공급 중단에 환자들 발 동동

희귀질환 기면증 약 '와킥스', 약가 문제로 국내 허가 철회
"탈력발작에 효과 월등…환자 안전 고려해 정부가 개입해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셨죠. 길 가다가 갑자기 푹 쓰러지는 거요. 기면증 환자들이 겪는 '탈력발작' 중 심한 경우인데, 적정한 약 처방이 없으면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해요."

 부산에 거주하는 백미영 씨는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30년 넘게 기면증을 앓아온 환자다.

 백씨는 의사임에도 병을 인지하고 치료하기까지 난관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기면증이 희귀질환이라 소수의 전문가가 아니면 일반적 실신과 구별하기 힘들고, 완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데다 치료제도 적기 때문이다.

 기면증은 낮 동안의 참을 수 없는 졸림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며 각성을 유지하는 신경호르몬인 '하이포크레틴'의 부족 등이 기저 원인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3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기면증 치료제인 와킥스필름코팅정(피톨리산트염산염)의 공급이 중단돼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 약을 공급하는 미쓰비시다나베파마코리아는 지난해 4월 약 개발사인 프랑스 제약회사 바이오프로젯파마가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며 공급 중단을 예고했다.

 이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 자진 취하를 신청해 10월 18일부로 취하가 완료됐다.

 와킥스 공급 중단은 기면증 환자 수가 적은 데다가 국내 약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상 2023년 기면증 환자 수는 7천917명이다.

 문제는 와킥스와 대체 가능한 동일 성분 약이 없다는 점이다.

 와킥스는 기면증에 동반되는 탈력발작에 효과가 있는 약이다.

 탈력발작이란 강력한 감정의 변화가 생길 시 전신 또는 신체 일부 근육에 힘이 빠져 쓰러지는 발작의 일종이다.

 대한수면연구학회 회장인 신원철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기면증 치료제로는 각성제 두어 개가 전부고, 탈력발작·가위눌림에는 우울증 치료제를 쓰고 있다"며 "각성제 부작용인 두근거림이나 우울증 약의 부작용인 체중 증가 등을 겪는 일부에게는 와킥스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수면학회 회장인 양광익 순천향대천안병원 신경과 교수는 "와킥스는 특히 탈력발작을 동반한 기면증 환자들에게 기존의 약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와킥스 공급 중단 소식에 국내 기면병 환우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졌다.

 기면병 환우회 커뮤니티에는 "청천벽력인데 와킥스로 살아가시던 분들 다음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 부작용을 어떻게 다시 견뎌야 할지 암담하다", "잠을 최대한 많이 자고 와킥스는 소량만 먹으며 아끼고 있다", "이 약으로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등의 글이 올라왔다.

 식약처는 "전문가 자문 등을 토대로 검토한 결과 지속 공급 필요성이 인정돼 대체 공급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도입하고 적정 가격을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인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한 긴급 도입은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한 기면병 환우협회 대표는 "기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 가격은 1정에 2천448원가량이었고, 희귀질환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본인 부담이 10% 정도로 경미했지만 센터를 통해 도입되면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할지도 모르고, 해외 택배비도 수십만원 추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 복용으로 각성과 탈력발작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와킥스가 없으면 증상에 따라 여러 약물을 복용해야 하는데, 환자 안전과 경제성에 있어서 이런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며 약가 인상 등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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