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강제격리가 유일한 대안?…관리 체계 개선 방안은

정부, 사법입원제 검토…정신건강검진 주기 단축 등 추진
현장선 "강제입원 이후엔 어떻게?…지역 인프라 부족 해결해야"

 

 최근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의 잇단 범행을 계기로 정신질환자들의 치료·관리체계 개선 논의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사법입원 제도와 같은 비(非)자의 입원 방안이 힘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아직 병원 밖 일상에서 정신질환자들을 관리할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일단 격리부터 하고 보는 것은 앞뒤가 바뀐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까다로워진 강제입원…정부는 '사법입원' 추진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을 앞둔 9일 보건의료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은 이전 정권 시절이던 2017년 이후 그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기존의 정신보건법은 보호자 2명과 전문의 1명의 동의가 있으면 환자의 뜻과 무관하게 강제입원을 허용했으나 새 정신건강복지법은 2명 이상의 보호의무자 신청과 서로 다른 병원에 소속된   2명 이상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어야 강제입원을 가능하게 했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강제입원의 필요성을 심사하는 절차도 도입됐다.

 그러나 까다로워진 강제 치료 절차 때문에 치료가 필요한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고, 국가가 정신질환자 관리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민적 분노를 자아낸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을 비롯해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들의 범행이 잇따르며 이 같은 목소리도 더욱 커졌다.

 이에 법무부는 서현역 사건 직후인 8월 초 잇단 흉악범죄에 대한 대응 방침을 설명하며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법무부 등 관계 부처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신질환자 입원 제도 전반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화영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비자의 입원에는 인권의 제한이 따라오는데, 치료의 필요성과 인권 보호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둘지 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신과 의사와 가족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면서 환자와 치료진, 가족 간 불신과 갈등이 조장되니 법적인 판단 있어야 한다"며 "그걸 판사가 할 거냐, 위원회를 결성해서 공공이 판단할 거냐 이런 방향의 논의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응급입원 같은 비자의 입원은 경찰을 면책해줘야 한다"며 "행정입원도 마찬가지로, 현재는 지방자치단체 직원이 민원이 두려워 방어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입원이 능사 아니다…"지역 내 보살핌이 우선"

 현재 부산시 정신재활시설 송국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안모 씨는 한때 스스로 병에 걸렸다는 인식 수준이 낮은 상태였다.

 무기력감과 약물 부작용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했고, 결국 다시 입원해야 했다. 긴 우울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안씨는 담당 주치의로부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상담을 권유받았고 다행스럽게도 자조 모임에서 지원가를 만나 재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시설에서 약물 및 증상 관리, 사회기술 훈련 등 회복을 위한 교육을 받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의 활기를 찾았다. 지금은 치료받기를 꺼리는 정신장애인에게 치료와 재활을 권하는 지원가의 길을 걷고 있다.

 안씨 사례처럼 우선 지역 내 인프라를 통해 정신질환을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강제 격리는 결국 미봉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유숙 송국클럽하우스 소장은 "서현역 사건 같은 사례 때문에 여론이 나쁘다는 이유로 사법입원시키겠다는 건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그럼 환자들은 평생 병원에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퇴원 이후에는 어떻게 할지 어디에서도 얘기하지 않는다"며 "지역 내에서 자립생활이나 재활에 관련된 인프라를 세우는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소장은 안씨의 극복 사례를 들며 "우리 같은 지역 내 인프라에서는 재활 과정에서 세밀하게 개입하고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환자에게 안내한다. 그랬을 때 환자들도 통찰력이 생기고 규칙적 약물 치료로 자기관리를 할 수 있다"고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유명무실한 제도 손본다지만…여전히 더딘 '속도'

 정부는 입원이 아닌 외래 치료를 통해 정신질환자가 사회에 복귀하는 것은 돕는 외래치료지원제도를 2020년 도입했다.

 자·타해 행동으로 강제입원한 사람, 자·타해 행동으로 입원 또는 외래 치료를 받다가 중단한 정신질환자에게 최대 1년간 외래치료를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시행된 이후 3년간 전국의 이용 건수는 2020년 20건, 2021년 32건, 2022년 64건에 불과했다.

 이 기간 비자의 입원 정신질환자(총 6만866명) 가운데 0.19%만 이 제도를 이용한 셈으로, 지역사회 정신질환 치료·관리 체계가 빛을 발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설도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유숙 소장은 "부산시를 보면 5개 자치구에 정신재활시설이 없다"며 "지역사회 인프라가 불충분 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고혈압, 당뇨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외래진료 받는 것처럼 정신질환도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지원받는 관리체계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마음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계속해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청년에게만 제공하던 '마음 건강 바우처'를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확대하고, 정신질환 조기 발견을 위해 청년층의 정신건강 검진 항목에 우울증 외에 조현병, 조울증 등을 추가했다.

 아울러 검진 주기도 10년에서 신체건강검진처럼 2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 중증 정신질환자나 정신건강 고위험자들을 돕는 정신건강복지센터도 더디지만 조금씩 개선해가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프라 확충은 병원 외에 지역 정신건강센터 개선을 통해서도 할 수 있다"며 "지역 주민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센터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인력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고, 임금 등 처우 역시 아직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조금씩이나마 개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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