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지방 많은 사람, 심혈관·대사 질환 덜 걸린다

2형 당뇨병 위험 절반 이하로, 비정상 콜레스테롤 15%↓
사상 최대 5만2천 명 연구 결과…'네이처 메디신' 논문

 일반적으로 지방은 백색지방을 말한다.

 피하와 장기 등에 퍼져 있는 백색지방은 에너지를 만드는 연료의 저장고와 비슷하다.

 이와 달리 갈색지방(brown fat)은 동면동물에 발달한 산열(産熱) 기관으로 체온조절에 관여한다.

 갈색지방은 미토콘드리아와 유적(油滴·기름방울)이 많은 세포로 구성되고, 노르아드레날린의 작용으로 급속히 다량의 열을 낸다.

 갓 태어난 동물의 몸엔 갈색지방이 많지만, 보통 성체로 자라면서 퇴화한다.

 인간의 몸에도 태아기를 빼면 아주 소량의 갈색지방만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갈색지방이 비만 치료의 열쇠가 될 거로 기대했다.

 그러나 갈색지방이 실제로 그런 기능을 하는지는 불명확하다. 갈색지방은 몸 안 깊숙이 숨겨져 있어, 그 양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갈색지방이 실제로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의 발병 위험을 상당히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록펠러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4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인간을 대상으로 갈색지방의 질병 예방 효과를 규명한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였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폴 코헨 조교수는 "사상 처음 갈색지방이 특정 질환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연관돼 있다는 걸 확인됐다"라면서 "건강에 유익한 치료 표적으로서 갈색지방의 잠재력을 더 많이 믿게 됐다"라고 말했다.

 
건강한 상태의 갈색지방

 신생아와 동물을 대상으로 갈색지방을 연구한 건 수십 년 됐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2009년이 되어서야 일부 성인의 목둘레와 어깨 등에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 후 갈색지방 연구가 활기를 띠었지만, 현실적으로 대규모 연구는 불가능했다.

 갈색지방은 PET(양전자 단층촬영) 스캔을 해야 어느 부위에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 PET는 비용이 많이 들고 방사선 노출의 부담도 따른다.

 그래서 연구팀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MSK) 암 센터의 과학자들과 공동 연구를 했다.

 MSK에선 암 진단을 위해 많은 PET 검사가 이뤄지는데, 종양으로 오진하는 걸 막기 위해 PET에 잡힌 갈색지방을 따로 기록한다.

 5만2천여 명의 피검자에게서 나온 13만여 건의 PET 스캔을 분석한 결과, 거의 10%가 갈색지방을 갖고 있었다.

 PET 촬영 전 주의 사항에 저온 노출, 운동, 카페인 섭취 등이 포함된 걸 고려하면 실제론 이보다 많을 걸로 추정된다. 이들 주의 사항은 모두 갈색지방 활성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갈색지방이 있는 피험자의 2형 당뇨병 이병률은 4.6%로 갈색지방이 없는 사람(9.5%)의 절반도 안 됐다.

 비정상 콜레스테롤 검진 비율도, 갈색지방 보유자가 18.9%로 비 보유자(22.2%)보다 15% 가량 낮았다.

 그 밖에 고혈압, 울혈성 심부전, 관상동맥질환 등의 발병 위험도 갈색지방 보유자가 낮았다.

 갈색지방이 이들 3개 심혈관계 질환과 연관돼 있다는 건 이전의 연구에서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다.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나쁜 영향을, 갈색지방이 완화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연구의 중요한 발견 가운데 하나다.

 비만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과 대사 질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선 비만한 갈색지방 보유자가 이런 질환에 걸릴 위험은 비만하지 않은 사람과 비슷하게 나왔다.

백색지방 뉴런

 갈색지방이 건강에 이로운 작용을 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가지 실마리는 찾았다.

 예컨대 갈색지방이 칼로리를 태우려면 글루코스(포도당)를 써야 하고, 이 과정에서 당뇨병의 주요 위험 요인인 혈당 수치가 낮아질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호르몬계와의 연관성이 높은 고혈압 등에 갈색지방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연구팀은 사람마다 갈색지방의 양이 다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유전자 변이 요인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는 갈색지방 활성화를 자극해 비만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약제 개발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코헨 교수는 "어떻게 하면 갈색지방을 늘릴 수 있는지 누구나 궁금해할 수 있다"라면서 "아직 그 답은 모르지만, 가까운 미래에 과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만한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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