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재활 없는 통합돌봄은 가짜"…예산·공공성 직격

김용익, "물 한 바가지 예산으론 실패"…공공 인프라 확충이 성패 갈라
"지자체에 자율권 줘야"…대통령의 강력한 추진 의지 촉구

 대한민국 돌봄 역사의 전환점이 될 지역사회 통합돌봄법 시행이 오는 3월 27일로 다가왔다.

 이번 법 시행은 노인과 장애인이 병원이나 시설이 아닌 자신이 살던 곳에서 생애를 마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에이징 인 플레이스(AIP)'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이 제도의 산파로 불리는 김용익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24일 제도 안착을 위한 날카로운 진단과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이사장은 1952년 충남 논산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참여정부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제19대 국회의원,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한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다.

 그는 평생을 의료보험 통합일원화, 의약분업, 문재인 케어 등 한국 보건의료 체계의 굵직한 개혁을 이끌어왔다.

 현재는 민간 싱크탱크인 돌봄과미래를 이끌며 통합돌봄의 이론적 토대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오는 27일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통합돌봄 본사업에 대해 "완벽한 출발은 아니더라도 방향 감각만큼은 확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에는 제도 안착 과정에서 공사판처럼 어수선하고 실수가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질적 수준을 갖춘 돌봄을 만든다는 강한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권 유린이나 형식적인 서비스, 당사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돌봄은 아무리 양적으로 늘어나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김 이사장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로드맵에서 주거 지원과 재활 서비스에 대한 추진 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정부 계획에는 지원 주택 공급이나 주택 개조, 노인과 장애인을 포괄하는 방문 재활 서비스 등이 포함돼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기에는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김 이사장은 "주거와 재활이 취약한 돌봄은 돌봄이 아니다"라며 "주거 환경 개선과 방문 재활이 통합돌봄의 뿌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공급 주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부는 로드맵을 통해 사회적 연대경제조직, 주민 참여 공동체, 민간 서비스 제공 기관 등 공급 주체의 다양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정부가 공공 공급자를 직접 늘리겠다는 책임을 회피하고 민간에만 기대려 한다면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가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에 손을 놓고 민간 시장의 자율성에만 의존해서는 보편적 돌봄 안전망을 구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족한 재정 지원 역시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올해 편성된 통합돌봄 예산은 총 9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43억원이 증액됐으나, 김 이사장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지자체가 직접 사업비로 쓸 수 있는 예산은 620억원에 불과하며 이를 전국 229개 시군구로 나누면 평균 2억7천만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시군구마다 통합돌봄이라는 나무를 심어 놓고 물은 한 바가지도 안 되게 나눠준 꼴"이라며 "내년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제도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이사장이 이끄는 돌봄과미래는 시군구 돌봄 사업비 3천67억원과 인프라 투자 예산 1조1천310억원을 요구하며 국회를 상대로 예산 증액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중앙 통제적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돌봄은 기본적으로 지역의 특성이 반영돼야 하는 자치 업무인데, 현재는 중앙정부의 지침과 예산 통제가 강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보건복지부는 큰 틀만 정하고 운영은 지자체에 맡겨야 하며, 행정안전부는 기준인건비 등을 통한 지방공무원 통제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자체가 창의적으로 돌봄 모델을 설계하고 그 성과를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평가받도록 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상자 선정 범위가 좁다는 점도 개선 과제로 꼽았다. 현재 로드맵상 1단계 대상자는 입원이나 입소 경계선에 있는 노인,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 65세 미만 중 지체와 뇌 병변 등 일부 심한 장애인으로 국한돼 있다.

 김 이사장은 "감각 장애나 내부 장애인의 돌봄 욕구가 절대 작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대상에서 배제된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26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2027년부터는 신체장애인 전체와 정신 장애인, 그리고 아동과 청소년까지 전 국민 돌봄 보장 체계로 빠르게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이사장은 법 시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조치로 대통령의 의지 표명을 제안했다. 대통령이 직접 통합돌봄 시행을 발표하고 현장을 방문해 정부의 확고한 추진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새로 구성되는 기본사회위원회의 활동에 기본돌봄을 핵심 과제로 포함해 인간다운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필수 영역으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돌봄과미래는 앞으로 정부 정책의 감시자이자 조력자로서 전국적인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찾아 대책을 제안하고 시민사회와 연대해 예산 확보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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