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어도 가구는 늘어…3곳 중 1곳은 '나홀로'

40년만에 가구구조 대전환…'확대 가족' 지고 '1인·부부' 가구 전성시대

  지난 40년 동안 대한민국 가구의 모습이 '확대 가족' 중심에서 '1인 가구'와 '부부 단독 가구'로 급격히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국면에서도 가구 수는 오히려 급격히 증가하며 가구가 쪼개지는 '파편화·원자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 40년 새 가구 수 2.8배 급증…'나홀로 가구'가 대세로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변동에 따른 가구 구조의 변화 양상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가구 수는 약 2천272만8천가구로 1980년(800만2천가구) 대비 약 2.8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인구가 1.4배 늘어난 것에 비해 훨씬 가파른 속도다. 특히 총인구와 생산연령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가구 수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인구와 가구의 변화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인다.

 ◇ 자녀 독립 후 '부부 단독' 보편화…고령층이 주도하는 가구 분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자녀가 독립한 후 부부만 남는 '부부 단독 가구'가 인생의 새로운 표준 단계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자녀 출산 전 잠시 거쳐 가는 단계였으나, 이제는 노년기 사망률 감소와 자녀 분가 문화가 맞물려 장기간 지속되는 독립적 가구 유형이 된 것이다. 실제로 부부 단독 가구에 거주하는 인구는 1980년 약 57만명에서 2020년 636만명으로 11배 넘게 폭증했다.

 보고서는 이런 가구 수 증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인구 구성의 변화'를 꼽았다. 특히 대규모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으로 진입하면서 가구 성격이 크게 변했다. 여기에 사별하거나 이혼한 여성 고령층과 20대 청년들이 가족과 합치기보다 독립적으로 가구를 꾸리려는 성향이 강해진 점이 가구 파편화를 가속하는 핵심 동력으로 분석됐다.

 ◇ 가족 방어막 약해진 '원자화' 사회…복지 패러다임 전환 시급

 가구가 원자화되면서 실업, 질병, 빈곤 같은 전통적인 위험에 대한 가족의 방어막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혼자 사는 고령층의 빈곤과 돌봄 문제가 향후 가장 심각한 사회적 과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현재의 주택 정책이나 복지 체계가 여전히 '부부와 자녀' 중심의 핵가족 모델에 맞춰져 있어 급증하는 1인 가구와 부부 단독 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우해봉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구변동은 선진국의 추세를 따르고 있지만 그 속도는 유례없이 가파르다"며 "앞으로 전개될 가구의 파편화가 새로운 사회적 위험을 낳을 수 있는 만큼, 인구학적 변화를 넘어 제도적·정책적 개입을 통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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