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국가에 헌신한 대가가 빈곤인가…기초연금 사각지대 눈물

하위직 퇴직공무원·배우자 기초연금 배제 조항에 대한 제도적 개선 목소리 커져

 평생을 공직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도 정작 노후의 최소 안전망인 기초연금 앞에서는 철저히 소외된 퇴직 공무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법이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그 배우자를 지급 대상에서 원천 배제하면서 실제 소득이 선정기준액보다 낮은 빈곤층 퇴직 공무원들이 생계 절벽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퇴직 공무원은 23일 연합뉴스에 보낸 편지를 통해 자신의 참담한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는 공무원 퇴직 당시 20년 이상 근무해 퇴직일시금을 받았고 현재는 작은 직장에서 소액의 소득으로 어렵게 생계를 잇고 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기초연금을 신청하러 주민센터를 찾았지만, 결과는 절망적이었다. 과거에 공무원 퇴직일시금을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퇴직 공무원은 실제 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충분히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되는데 왜 과거의 직업을 이유로 민간기업 퇴직자와 차별을 당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배우자까지 묶어서 지급을 금지하는 것은 명백한 입법적 과오이자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주장이다.

 ◇ 선정기준액 월 247만원 시대에도 저소득 퇴직공무원은 외면

 정부가 발표한 2026년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을 보면 이들의 박탈감은 더욱 극명해진다. 올해 단독가구 기준 선정기준액은 월 247만원이며 부부가구는 월 395만2천원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중산층 노인들까지 기초연금 혜택을 볼 수 있을 만큼 기준이 완화됐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월 수령액이 100만원도 안 되는 저연금을 받거나 이미 일시금을 소진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퇴직 공무원들에게 이런 기초연금 선정기준액 상향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직역연금을 받으면서도 월 수령액이 100만원에 못 미치는 저연금 수급자는 공무원과 사학, 군인, 우체국 연금을 모두 합쳐 1만3천명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연금이 아닌 일시금을 선택해 이미 자금을 모두 소진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사각지대의 규모는 훨씬 커진다.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한다는 기초연금의 대원칙이 직역연금 수급자라는 낙인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과 영국, 스위스, 캐나다 등은 직역연금 수급자라고 해서 기초연금을 무조건 배제하지 않는다. 기초연금은 모든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직역연금은 소득 비례적 보완 역할을 하도록 사회보장제도를 설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08년 기초노령연금 도입 당시에는 이들을 포함했으나 2014년 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되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을 이유로 제외됐다. 당시에는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는 일부 고위직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하위직 퇴직자들에게는 가혹한 잣대였다.

 ◇ 학계 전문가들 "직역연금 배제 조항 재검토해야"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기초연금 제도의 운영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보장 전문가들은 2026년 기준인 월 247만원보다 실질 소득이 낮은 노인이라면 과거 직업과 상관없이 국가가 최소한의 품위 있는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 복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한다. 특히 성실하게 공직에 헌신한 결과가 오히려 제도적 차별과 빈곤으로 돌아오는 현 구조는 공직 사회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사회적 형평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행히 정부 산하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에서도 최근 전향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위원회는 기초연금의 취지를 고려해 직역연금 수급 여부와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 이하인 경우에는 기초연금 수급자로 포괄해야 한다는 개선안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금법 내의 특정 직군 배제 조항을 개정해 사각지대에 놓인 퇴직 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보편적 노후 소득보장 체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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