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대상포진 백신 '제각각'…고위험군 사각지대

172곳 지원에도 유전자재조합 백신 9곳 이하
65세 이상 만성질환 86.1%…면역저하자 제외 논란

 부산 기장군에 거주하며 신장 투석 중인 60세 한만수(가명)씨는 얼마 전 보건소를 찾아 일부 비용을 지원받아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했다.

 인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촌 형 70세 한정용(가명)씨는 이 소식을 듣고 다음날 보건소를 찾았으나 신장 투석 중이어서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많은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면역저하자에게 접종이 제한되는 생백신 접종만 지원하고 있어 한정용씨처럼 면역저하자나 만성질환자가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75만7천 명으로, 2010년(48만 명) 대비 57% 증가했다.

 이에 따라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주한영국상공회의소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대상포진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자치단체는 172곳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면역저하자에게 권장되는 유전자재조합 백신을 지원한 곳은 9곳 이하로 파악됐다.

 생백신은 건강한 성인에게는 접종이 가능하지만 면역저하자에게는 접종이 제한돼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의 86.1%는 한 가지 이상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어 지자체의 대상포진 백신 지원 체계가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내외 다수 연구에서는 50세 이상 성인 중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서 40%까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환자에서 30%, 천식과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서 20% 이상 대상포진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대상포진에 감염될 경우 비감염 환자보다 입원 빈도가 3.4배 높고,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대상포진 발생 위험이 약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게다가 지원 연령이나 대상 기준도 지역마다 달라 혼란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정책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유전자재조합 백신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국가 차원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영국, 일본, 프랑스, 호주 등 주요 국가는 이미 대상포진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에 포함해 고위험군을 보호하고 있으며, 질병 부담, 백신 효능, 비용 분담(co-payment) 구조 등을 고려하며 지원 대상과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일수록 대상포진의 후유증과 합병증이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향후 대상포진으로 인한 사회적 부담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면역 저하 동반 중증 질환자에 대한 우선 지원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한영국상공회의소 자료·연합뉴스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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