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이송체계 개선 계획, 시범사업 시작 전부터 '논란'

호남 의료계 "취약지 시범사업 위험…법적안전망 마련이 먼저"
정부, 이달 말부터 5월까지 시범사업 후 전국 확대 저울질

정부가 중증 환자 이송 병원을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정하도록 하고 경증 환자는 미리 지정된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실 뺑뺑이' 대책 시범사업을 저울 중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사업 시작 전부터 우려와 반발이 거세다.

 응급진료뿐 아니라 최종진료의 책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될 경우 응급실 과밀화 문제와 의료진의 부담이 동시에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최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세우고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심근경색·뇌출혈·뇌경색·심정지 등 즉각적 또는 빠른 처치가 필요한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체계) 1·2등급의 환자의 경우 국립중앙의료원 광역응급의료상황실(광역상황실)이 이송 병원을 직접 찾게 된다.

 3∼5등급 환자의 경우 119가 기존과 달리 병원의 수용 능력을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도 미리 정해진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아직 시범사업을 시작하기 전 단계임에도 현장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 의료계에서는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의료진이 최후진료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이런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의료진의 응급의학과 기피와 경증 환자 증가에 따른 응급실 과밀화 등이 심화하면서 지역 응급의료체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운창 전라남도의사회 회장은 시범사업안이 '환자를 병원에 그냥 두고 가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증은 원래 센터가 보냈는데 (중증과 경증의 사이에 있는) 3단계가 애매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KTAS) 분류를 확실히 할 방안도 마련하고, 분류한 쪽과 이송한 쪽, 환자를 치료한 쪽 모두 최선을 다했다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법적 안전장치도 마련하는 게 취약지 의료 개선에서 선행돼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도심과 도서산간 등 다양한 지리적 환경이 분포한 지역 환경,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 간 협조체계 구축의 용이성 등을 고려해 시범사업 지역을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의료인프라가 취약한 지역부터 시범사업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정섭 광주광역시의사회 회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과의 교감도 없이 내려버린 건데(하향식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인데) 왜 시범사업을 지역에서 먼저 해야 하느냐"며 "특히 2차 병원 응급의학과에서는 이런 시범사업을 한다고 하면 의사들이 (병원을) 나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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