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운전면허 반납할 생각 없다"

고령운전자 사고 36% 급증…"인지능력 저하"
"고령자 면허 반납 적극 시행해야" 목소리 커져
"생계·이동권 걸린 문제"…"인프라 개선해야"

 "고령자면 면허 반납이 답이다"(na***) vs "면허 반납 암만 하라 해도 할 수가 없다"(dk***)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 제도'에 대해 지난 21일 유튜브에 올라온 반응들이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하면서 '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을 더욱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나이 들수록 운전 인지 능력 떨어져"

 지난해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20년 3만1천72건에서 2024년 4만2천369건으로 36.4%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는 20만9천654건에서 19만6천349건으로 감소해, 고령 운전자가 낸 사고의 비율은 14.8%에서 21.6%로 껑충 뛰었다. 고령 운전자의 사고 건수와 비율 모두 통계가 존재하는 2005년 이후 최고치다.

 지난 2일 종각역 앞 도로에서 70대가 낸 3중 추돌사고로 1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작년에는 '80대 운전자 트럭에 치여 뇌사상태 빠졌던 20대 마라톤선수 숨져', '80대가 몰던 차량 보행자 2명 친 뒤 가로수 들이받아', '69세 운전자 시청역 역주행에 9명 사망' 등의 뉴스가 이어졌다.

 이에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서울연구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면허 반납 비율이 1%포인트 늘어날 시 고령자의 사고율은 평균 0.02142%포인트 감소한다.

 운전자 최모(29) 씨는 23일 "도로에서 운전한다는 게 나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조심스럽지만 어르신들 중에는 지병이 있거나 있어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니 (사고) 예방 차원에서 의무로 바꾸는 것도 때가 되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자 이모(47) 씨도 "70~80대에도 건강한 분들은 많지만 그것과 운전 인지 능력은 다른 것 같다. 확실히 반사 신경이 떨어진다"며 "운전은 타인의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만큼 고령 운전자의 면허 반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시각적으로 어떤 물체의 존재 유무를 파악하는 게 '검지 능력'이라면 '인지 능력'은 구체적으로 그 물체가 어떤 속성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는 종합적 과정"이라며 "나이 들수록 상대적으로 운전에 필요한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운전은 밥줄"…"택시·버스도 안 다니는데"

 그러나 운전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경우들도 있다.

 양천구 기사식당에서 만난 택시 운전기사 A(61) 씨는 "나이 먹고 운전대 잡고 일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근데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모르니 이게 참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노후 준비가 덜 됐다고 나가 죽을 수는 없어 몇 년 후에라도 반납할 생각이 아직은 없다"며 "열심히 일한 다음 이제 못하겠다 싶을 때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역에서 만난 이철호(68) 씨도 "나야 이제 눈도 왔다갔다 해서 운전을 안 한 지 좀 됐는데 친구 중에는 택시 몰고 다니는 놈이 있다"며 "그놈한텐 (택시 운전이) 하나 남은 밥줄"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운수업계는 은퇴자들이 몰리면서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운수종사자관리시스템의 '2025 연령대별 운수종사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버스회사·택시회사·화물회사 운수종사자 81만7천857명 중 65세 이상 종사자는 21만7천800명으로 약 26%다.

 교통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동권 문제가 발생한다.

 마트나 병원 이용시는 물론이고, 일반적인 생활 이동에서도 불편이 발생한다. 지방에서는 면허를 반납하면 몇 대 오지 않는 택시와 버스에 의존해야 하는 지역들이 많다.

 A씨는 "서울은 몇분마다 버스가 오고 배차도 빨리빨리 돼서 괜찮지만 지방은 상황이 심하다"며 "병원 가는 것도 힘들다. 택시도 잘 안 다니고 버스 한번 올 때까지 그냥 계속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권은 노인의 사회적 고립이나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강모(49) 씨는 "충남에 계신 아버지가 작년에 어머니 보내드리고 한동안 심적으로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는데 그래도 직접 차 몰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나아지신 것 같더라"고 밝혔다.

 ◇ "사회 인프라·면허 갱신 제도 보완해야"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면허 반납 제도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교수는 "어떤 제도에 공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이득이 된다는 것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며 "사회 인프라를 보완하지 않고서는 반납하라고 해서 쉽게 반납할 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전은 사회 모든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수단"이라며 "우리 생활에서 면허가 필요한 이유가 단지 개인적인 사유에만 그치지 않으니 체계적인 제도 설립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세계에서 우리나라 고령 운전자 사고 건수가 가장 급증하고 있다"며 "면허 자진 반납률이 약 2%에 그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책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조합해 고령자가 운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시골의 경우 일회성 교통카드 같은 단기적 지원이 아니라 지속성이 있는 지원이 중요하다. 가격이 저렴한 '희망택시' 제도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면허 반납 외 사고 예방책으로는 '어르신 운전 중' 스티커 부착 제도, 비정상적인 돌발 가속 시 가속 페달을 무효로 하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이 있다.

면허 갱신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도 커진다.

 김 교수는 "면허 갱신에 치매 검사가 필요하지만 탈락하는 어르신이 많이 없기 때문에 검사의 실효성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전국민 의료보험화가 돼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을 활용해 건강 정보를 운전면허 갱신 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등이 물론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자율주행차 FSD(Full Self Driving·완전자율주행)가 상용화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면허에 필요한 정신적·신체적 능력 테스트를 고령 운전자의 개별 특성을 반영해 진행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며 "각자 특이사항과 지병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연령에 따라 획일적으로 테스트하기보다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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