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암 6%가 식습관 영향…기여도 1위는 '이 음식'

'염장 김치-신선 채소·과일 섭취 부족-붉은 고기' 순으로 암 부담에 영향
"덜 짜게 먹고, 채소·과일은 충분히, 가공육 소비는 경계해야"

  밥과 국, 김치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식탁은 오랫동안 건강한 식문화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익숙한 밥상이 우리 건강에 남긴 흔적을 숫자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최근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에 실린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국에서 발생하는 암의 약 6%, 암 사망의 약 5.7%는 식습관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가 매일 반복해온 '먹는 선택'이 암 발생과 사망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에서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내 코호트 연구 자료를 토대로, 2015년부터 2030년까지 한국인의 식습관이 암 발생과 사망에 기여하는 비중(인구집단기여위험도·PAF)을 추정했다.

 식습관의 영향은 남성에서 더 컸다. 남성 암 발생의 8.43%, 사망의 7.93%가 식습관과 연관됐지만, 여성은 각각 3.45%, 2.08%였다.

 한국인의 식습관 가운데 암 부담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김치와 각종 절임 채소를 아우르는 ' 염장 채소'로 지목됐다. 연구팀은 2020년 기준 염장 채소 섭취로 인한 암 발생과 사망 기여도를 각각 2.12%, 1.78%로 추산했다. 이는 일본의 기여도(암 발생 1.6%, 사망 1.4%)보다 높은 수준이다.

 특히 염장 채소 섭취는 위암과의 연관성이 두드러졌다.

 식습관과 관련된 암 발생 사례 가운데 위암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를 넘었고, 사망에서도 37% 이상을 차지했다. 짠맛 위주의 식생활이 한국에서 위암 부담을 키워온 구조적 배경을 수치로 확인한 셈이다.

 다만 희망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국내에서 염장 채소 섭취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로, 2030년에는 관련 암 발생 기여도가 1.17%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팀은 "나트륨 저감 정책과 식습관 변화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문제도 확인됐다.

 바로 탄수화물 비중이 낮은 비전분성 채소와 과일 섭취의 부족이다. 이에 따른 2020년 기준 암 발생 기여도는 1.92%, 사망 기여도는 2.34%로 각각 나타났으며, 이런 추세는 2030년까지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인의 하루 채소·과일 섭취량은 평균 340g 수준으로, 국제적으로 권장되는 490∼730g에 크게 못 미친다. 이 부족분이 대장암과 위암, 일부 호흡·소화기계 암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해석이다.

 연구팀은 "염장 채소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신선한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지 않으면 식습관 개선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점은 흔히 암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붉은 고기와 가공육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이다. 2020년 기준 붉은 고기로 인한 암 발생 기여도는 0.10%, 가공육은 0.02%에 머물렀다. 서구 국가에서 이들 식품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는 한국인의 고기 섭취량이 아직 서구보다 적은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구진은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경고한다. 가공육 섭취가 빠르게 늘고 있어, 2030년에는 암 사망 기여도가 현재보다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국의 암 예방 전략이 '한국인의 식탁'을 정면으로 바라봐야 함을 보여준다"면서 "덜 짜게 먹고,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며, 가공육 소비 증가를 경계해야 암 발생과 사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식습관은 개인의 선택이면서 동시에 사회·문화적 산물"이라며 "영양 교육과 식생활 가이드라인 개선, 식품 환경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암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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