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추억은 옛말?…사고 걱정에 줄어드는 현장체험학습

내년도 수련활동 축소하고 수학여행 '비합숙' 결정 잇따라
"안전사고시 교사 면책규정 미흡…교육당국,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야"

 초중고 학생들이 교사, 친구들과 함께 교실 밖에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교사들이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상황에서 교육부 등 당국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일선 학교에서 내년도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 26일 이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알리며 "최근 현장체험학습 및 수학여행 등 학교 밖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발생 시 인솔교사의 형사책임과 주의의무 판단이 쟁점화돼 학교 현장의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교가 그동안 2박3일이나 3박4일 간 수학여행을 실시했지만 이제 사고 우려로 숙박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일정을 축소하고 있다.

 이달 중순 충북 진천군의 B중학교는 내년에 2학년 수학여행을 비숙박형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숙박형 수학여행에 대한 희망 여부를 조사한 결과 동의율이 55.8%로 그렇게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 동의율은 각각 78.6%, 84.1%로 높았지만, 교사 동의율은 4.6%에 그쳤다.

 학생들이 학교 밖 숙소에서 단체로 자는 상황에 대한 교사들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점을 엿보게 한다.

 또 서울 양천구의 C중학교는 최근 학부모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내년에 3학년의 숙박형 체험활동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활동은 사망 사고와 맞물려 더욱 위축된 분위기다.

 지난 11월 초 제주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서 수학여행 온 고등학교 1학년 학생 한명이 8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수학여행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교사와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앞서 3년 전 강원도 속초시에서 한 초등학생이 숨진 사건은 교육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22년 11월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에서 현장체험학습을 하던 초등학생이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담임교사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2심 판결에서 유죄(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가 나오자 교사들은 "현장체험학습 제도가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며 반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단체들은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교사들의 면책 규정이 미비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6월 시행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학교안전법) 개정 규정에는 '학생에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교육부가 올해 제정한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은 안전사고 발생 시 '상황 파악→안전 조치→상황 정리→보고 조치(사고통지)' 등 4단계로 대응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그러나 법정 분쟁에서 교사가 보호받으려면 교육부 지침 등에 사고 전 예방 조치가 면책 요건에 들어가야 한다는 게 교원단체들의 주장이다.

 장승혁 한국교총 대변인은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현장체험학습에서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아예 교직을 떠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며 "사고 발생 시 선생님들의 면책에 대한 법적 요건이 미흡한 만큼 교육부, 교육청 등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교사의 행정적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은명초의 신은영 교사는 지난 6월 한국교육개발원 월간지 '교육정책포럼'에 실린 글을 통해 "버스 대절, 인솔자 확보, 보험 가입, 안전 인력 배치 등은 교사가 아닌 시스템이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며 "교사가 본연의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체험학습의 운영 인프라는 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차원에서 일괄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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