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새대가리래?" 똑똑한 물수리를 만나다

넓은 호수·강 아닌 낚시터서 사냥…전봇대 앉아 먹잇감 노리다 하강

  "누가 새대가리래?"

 새의 머리가 나쁘다고 여겨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 '새대가리'다.

 이번 늦가을 새대가리가 아닌 아주 똑똑한 물수리를 만났다.

 물고기를 사냥하는 맹금류 물수리는 짧은 기간 아주 적은 개체만 국내에 나타나 귀한 대접을 받는다.

 겨울 철새이자 나그네새인 물수리(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가 강원 동해안의 한 호숫가에 늦은 가을 잠시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수리의 사냥과 비행 장면 등을 비교적 가까이서 관찰하고 찍을 수 있어 망원렌즈 등으로 무장한 일명 대포부대가 찾는 곳은 강릉 남대천이다.

 가을이 깊어지며 강릉 남대천의 물수리가 떠나고 대포부대도 자취를 감춘 지 보름 가까이 지난 11월 중순께였다.

 물수리가 나타난 곳은 바닷물이 드나드는 동해안의 한 넓은 석호다.

 예전에도 이곳 호수에는 물수리가 나타난 곳이어서 가까이 볼 수 있을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현장을 찾았을 때 깜짝 놀랐다.

 이곳 물수리는 넓은 호수에서 힘들게 물고기를 사냥하는 대신 축구장 절반 크기의 작은 낚시터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원래 물수리는 먹이를 사냥할 수 있는 호수나 하천 주변의 산 등에서 쉬다가 가끔 날아와 상공을 이리저리 한참 비행하며 사냥할 물고기를 찾은 뒤 급강하해 물고기를 잡는다.

 그러고는 다시 안전한 먹이터까지 날아가 먹이를 먹는다.

 넓은 곳에서 먹잇감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그런데 이곳 물수리는 낚시터 바로 옆 높은 전봇대에 앉아 낚시터 전체를 손금 보듯 내려보고 있다가 사냥감을 발견하면 바로 날카로운 발톱을 앞세우고 내리꽂는다.

 여지없이 숭어와 황어 등 물고기는 발톱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수리는 바로 낚시터 주변 전봇대로 날아가 앉은 뒤 사냥한 펄떡이는 물고기를 포식한다.

 그런 행동이 몇차례 반복됐다.

 낚시꾼들에게는 그런대로 좀 알려진 이곳 낚시터에는 물고기가 많아 드넓은 호수 전체를 빙빙 돌며 어렵게 사냥하는 것보다 성공 확률도 훨씬 높은 듯했다.

 과거 이곳 호수를 찾았던 물수리가 낚시터에서 사냥한 것을 보지 못했던 터라 더 신기했다.

 차량이 전봇대 주변을 지나도 물수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가끔 동네 주민이 가까이 지나가면 인근 호수로 날아가 한 바퀴 빙 돌다 다시 돌아오곤 했다.

 주말과 휴일을 맞아 낚시터를 찾았던 몇몇 낚시꾼은 물수리가 이곳에서 사냥하는 것을 보고는 낚싯대를 아예 펼치지도 않고 물수리에게 낚시터를 양보하려는 듯 그냥 철수했다.

 새대가리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던 똑소리 나는 물수리는 그렇게 며칠간 낚시터에서 왕성한 먹이활동으로 에너지를 충전한 뒤 남쪽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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