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2%의 오해…항생제는 감기 치료제인가

항생제,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 치료 효과 없어…오히려 부작용
'항생제=만병통치약'은 착각…재활용·타인과 공유는 위험

 감기로 병원에 가면 항생제를 처방받는 경우가 가끔 있다. 받고서는 항생제를 별 고민 없이 복용하곤 한다.

 질병관리청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3∼5월 전국 만 14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항생제 인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 72.0%가 감기 치료에 항생제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런 인식처럼 항생제는 '감기약'이 될 수 있을까.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 질환이고 항생제는 세균 감염에 사용되는 약이라는 점에서 이미 답은 명확하다.

 ◇ 일반 감기·코감기에 항생제 효과 없고 부작용은 뚜렷

 항생제가 일반 감기에 치료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 사실로 자리 잡았다.

 체계적 문헌고찰 학술지인 '코크란 리뷰'에 실린 논문 '일반 감기와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의 항생제'(2013)에 따르면 항생제는 일반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의 증상 호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부작용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일반 감기 환자를 대상으로 항생제와 위약(가짜약)을 무작위로 배정해 치료한 6편의 임상시험 연구논문을 분석한 결과 항생제군과 위약군의 상대위험도(RR)가 0.95(95% 신뢰구간 0.59∼1.5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이 상대위험도는 항생제와 위약을 각각 투여한 후 1∼7일 시점에 증상이 여전히 남은 환자의 비율을 비교한 결과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쓰면 더 빨리 낫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산출된 지표다.

 상대위험도가 1보다 작으면 항생제군에서 감기가 '낫지 않은' 환자 비율이 더 낮다는 뜻으로, 항생제 투약 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1 이상이면 두 군의 차이가 없거나 항생제군에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비율이 더 높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상대위험도가 0.95이므로 증상 지속 환자의 비율이 항생제군과 위약군이 거의 같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논문 6편의 결괏값을 합산한 것이고, 실제 수치는 95% 신뢰구간에서 0.59∼1.51에 있다.

 즉, 투약 효과가 있을 수 있는 경우(0.59)도 있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은 환자가 더 많은 경우(1.51)도 있어 항생제가 감기에 의미 있게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부작용은 명확히 증가했다. 6편의 시험 결과를 합쳐보면, 항생제군의 부작용 발생 위험은 위약군보다 1.8배 높았다. 성인 환자만 따로 보면 그 위험은 2.6배까지 커졌다.

 보고된 부작용은 대부분 설사·복통·메스꺼움 등 위, 장과 관련된 증상이었다.

 연구진은 증상이 나타난 지 10일 이내인 급성 화농성 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대조시험을 진행한 4편의 논문을 따로 묶어 분석한 결과 '누런·초록 콧물이 나오는 비염'에 해당하는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도 항생제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치료 후에도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화농성 콧물이 계속 남아 있는지를 확인해보니 항생제군과 위약군의 상대위험도가 0.73(95% 신뢰구간 0.47∼1.13)으로 나타났다.

 수치만 보면 항생제를 쓴 쪽에서 콧물이 남아 있는 환자 비율이 더 낮아 "약간의 호전 경향"은 있었지만, 신뢰구간이 1 이상을 포함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이번에도 부작용은 분명히 늘었다. 항생제 복용군의 부작용 발생 위험은 위약군보다 1.46배(95% 신뢰구간 1.10∼1.94) 높았다.

 연구진은 "일반 감기나 10일 이내의 급성 화농성 비염에서 항생제는 증상을 줄이는 이득은 입증되지 않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늘어난다"며 "이런 질환엔 항생제를 일상적으로 쓰는 것이 권고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급성 기관지염에 대해선 항생제가 통계적으로 이점이 있지만 임상적으로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무작위대조시험 17편을 분석한 코크란 리뷰 논문 '급성 기관지염에서의 항생제 치료'(2017)에 따르면 항생제군은 기침이 남아 있을 위험이 위약군 대비 36% 낮아졌다. 야간 기침도 33% 감소했다.

 통계적 의미는 있었지만, 실제 기침 지속 기간은 평균 0.46일(약 11시간) 단축되는 데에 그쳤다.

급성 기관지염은 감기에 걸린 이후 기침과 가래가 악화하거나 오래 이어질 때 흔히 진단되는 질환이다.

 원인은 대체로 바이러스다. 자연 회복 경과는 2주 정도이며, 기침은 최대 8주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연구진은 "8∼10일 정도 지속되는 기침 가운데 반나절 차이는 임상적으로 크지 않다"고 항생제의 효과를 평가절하했다.

 반면 부작용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항생제군은 위약군보다 유해 반응이 20% 더 많았다.

 보고된 부작용은 메스꺼움·구토·설사 같은 위와 장 관련 증상, 두통, 피부 발진, 질염 등이었다.

 대부분 경미했지만, 항생제를 먹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불편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론적으로 항생제는 기침을 일부 줄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반나절 수준으로 작았고, 부작용 위험은 증가했다.

 연구진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급성 기관지염에 항생제를 사용했을 때 환자에게 주어지는 이득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결론 내렸다.

 ◇ '항생제 = 만병통치약' 인식 쉽게 해소되지 않아

 이처럼 바이러스가 원인인 감기에 항생제가 효과가 없다는 점은 의학계에서 널리 수용된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런 인식이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퍼지지 않은 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감기 이후 중이염이나 부비동염 등 2차 세균감염을 우려해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지금도 일부 임상에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상만으로는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누런 콧물'이 곧 세균 감염  신호라는 오해가 의료 현장에 널리 퍼지면서 감기와 비염 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관행이 고착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엔 항생제 효과에 대한 낙관론이 한동안 지배적이었다는 점도 있다.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이 '기적의 약'으로 불렸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역사적으로 항생제는 일반인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받아들여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코크란 리뷰 등 체계적 문헌 고찰이 진행되고 각국에서 진료 지침이 정리되면서 항생제가 감기에 효과가 없고 부작용과 내성만 늘린다는 결론이 자리를 잡게 됐다.

 미국 감염병학회(IDSA)는 "대부분의 급성 상기도 감염(URI)은 바이러스성 원인이며, 항생제 치료는 효과가 없고, 부적절하며,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면서 감기에 항생체 처방을 삼갈 것을 권고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감기는 자연치유가 가능한데, 이를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효과로 오인하는 상황도 있어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는 오해를 극복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 항생제 복용 마음대로 중단 안 돼…남은 약 재사용도 위험

 이 밖에도 항생제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이 적지 않다.

 대표 사례가 '증상이 호전되면 먹지 않아도 되지 않나'라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증상이 나아지면 처방된 항생제 복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3.4%에 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세균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내성균이 남을 수 있다며 복용 중단은 의사와 상의한 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은 항생제를 재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항생제는 질환·부위·세균 종류마다 용량·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남은 약을 재사용하거나 가족과 공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전문가들은 경고 한다.

 "몸이 항생제에 내성을 가졌다"는 표현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내성은 세균에 생기는 것이다. 항생제를 불필요하게 쓰면 몸에 있던 세균 중 일부가 살아남아 '내성균'이 된다.

 한편에서는 항생제가 독하다고 생각해 아이에게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부모가 더러 있다.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신장과 간 기능을 가진 아이에게 의사가 용량과 기간을 준수해 처방한 항생제는 안전하다며 오히려 항생제를 복용하지 않고 세균 감염을 방치하면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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