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부족 WHO, 외부 기부금 의존으로 사업 우선순위 왜곡"

英 연구팀 "게이츠재단 25년간 55억 달러 기부…감염병 사업에 80% 집중"

 회원국 분담금 부족으로 재정난을 겪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용도가 정해진 외부단체 기부금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서 세계 보건 우선 과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는 등 사업이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런던 퀸메리대학 조너선 케네디 박사팀은 의학저널 BMJ 글로벌 헬스(BMJ Global Health)에서 미국에 이어 WHO의 두 번째로 큰 재정 공급원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BMGF)이 2000~2024년 WHO에 지원한 55억 달러를 분석한 결과 80% 이상이 감염병 퇴치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2일 이같이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 40년간 회원국들이 WHO의 필요에 맞게 분담금을 인상하지 않아 기부금에 의존하는 구조에 놓이게 됐다며 자금 조달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WHO는 앞으로도 외부 기부자 영향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세계 보건 과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게이츠재단은 미국에 이어 WHO의 두 번째로 큰 재정 공급원으로 이들의 막강한 재정적 힘이 WHO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지원금이 어떻게 분배돼 사용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게이츠재단 공식 웹사이트에서 재단이 2000~2024년 WHO에 제공한 모든 지원금 데이터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해 지원금 건수와 규모, 지원 대상 질병, 보건 이슈, 활동 분야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게이츠재단은 이 기간에 WHO에 총 640건, 55억 달러(약 7조9천억원)를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게이츠 재단이 전 세계에 제공한 모든 지원금의 6.4%에 해당한다.

 게이츠재단 지원금 용도는 특정 질병·사업에 집중됐다. 45억 달러(82.6%)가 감염병 관련 사업에 사용됐고, 32억 달러(58.9%)가 소아마비(polio)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절반 이상인 29억 달러(53.3%)가 백신 관련 연구·사업에 쓰였다.

 반면 비전염성질환(NCD), 보건체계 강화 등 관련 분야에 쓰인 금액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위생 분야에는 1천180만 달러(0.2%), 보건체계 강화에는 3천470만 달러(0.7%)가 배정됐다.

 전 세계 사망 원인의 74%를 차지하고, 그중 77%는 중·저 소득 국가에서 발생하는 비전염성질환 관련 분야에 사용된 금액은 전체의 1% 미만이었다.

 연구팀은 "WHO는 현 재원 조달 방식으로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수행하기 어려워 지정 기부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그 결과 기부자가 선호하는 활동에는 과도한 자원이 투입되고 관심이 덜한 분야는 재정이 부족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게이츠재단 같은 대형 기부자가 자신들의 의제를 WHO를 통해 추진, WHO의 독립성을 약화시킨다고 비판하기는 쉽지만 근본 원인은 40년간 회원국들이 분담금을 WHO 필요에 맞게 인상하지 않는 데 있다"며 "미국이 지난 1월 선언한 대로 내년 WHO를 탈퇴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출처 : BMJ Global Health, Jonathan Kennedy et al., 'Who's leading WHO? A quantitative analysis of the 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s grants to WHO, 2000-2024', https://gh.bmj.com/lookup/doi/10.1136/bmjgh-2024-01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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