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 사망'도 장기 기증 가능해진다

장기·조직 기증 관련 첫 국가 종합계획 마련…기증희망등록기관 2배 확충
신분증 발급기관서도 기증 등록…기증희망등록률 24년 3.6%→30년 6%

 앞으로 뇌사 외에 연명의료 중단 후 심정지로 사망(순환정지)한 경우에도 장기 기증을 할 수 있게 된다.

 장기 기증 희망 등록을 늘리기 위해 등록 기관은 현재의 2배 가까이 확충한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장기 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을 지난 16일 발표했다.

연도별 장기 이식 대기자 및 뇌사 기증자 현황

 ◇ 심정지시 장기 기증도 허용…기증·이식 수급 불균형 해소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장기 기증은 뇌사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뇌사 장기 기증자는 2020년 478명에서 지난해 397명으로 줄고 장기 이식 대기자는 4만3천182명에서 5만4천789명으로 늘었다.

 이런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정부는 뇌사 외에 연명의료 중단자의 순환정지 후 장기 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을 도입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제공]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연명의료 중단과 장기 기증을 모두 희망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DCD를 도입할 방침이다.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기 전에 장기 기증 동의를 받고, 실제 순환정지 사망 판정이 있을 때 장기를 적출하는 것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른바 '이식 선진국'에서는 DCD가 보편화했다.

 지난해 기준 스페인의 인구 100만명당 장기기증자 수는 뇌사 기증이 26.22명, DCD가 27.71명이었다.

 이식 경험이 있는 외과의사 출신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장기 기증에 모두 동의한 환자에게서 여러 생명 유지 장치를 떼면 심정지 상태가 되는데, 이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접촉 시간 '5분'이 지나서도 심장이 다시 뛰지 않으면 심장사로 인정하고 장기를 적출하는 방식"이라며 "이식 대기자와 이식자 간 큰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령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심장이 멎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장기를 기증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아니다"라면서 "완전히 심장이 멎은 것을 확인하고, 심장사를 선언한 후에 절차가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김희선 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2∼3일에 걸친 뇌사 판정 기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는 사례가 연간 20건 정도 나오고, 학계의 연구에서는 최대 200명 정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며 "기증하는 평균 장기 수가 3.5개이기 때문에 최대 700개까지 장기를 기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건복지부 제공]

 ◇ 기증 가능 장기 늘린다…의료진 지원도 강화

 정부는 또 현재 신장, 간, 심장 등 16종으로 정해둔 장기 외에 이식 가능한 새 장기 지정도 검토한다.

 이식 가능한 장기의 정의는 나라마다 다른데,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식할 수 있는 새 장기를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식에 나서는 의료진을 위해서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한 뇌사 추정자 신고 등 뇌사 사례 관리를 간소화한다.

 미국, 스페인과 달리 우리나라는 뇌사판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뇌사 판정 절차가 엄격한 편인데, 판정 절차도 의료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한다.

 또 뇌사 추정자 상담·신고에 관한 수가(의료 서비스 대가)와 기증자 관리료 등 뇌사 관리에 대한 보상도 늘린다.

[보건복지부 제공]

 ◇ 기증 희망 등록 기관 2배 확충…기증자·유가족 예우 강화

 정부는 기증을 활성화하고자 기증 희망 등록 기관을 지난해 기준 462곳에서 2030년 904곳으로 늘린다.

 기존의 보건소, 의료기관 등에 더해 신분증을 발급하는 주민센터, 도로교통공단 등을 등록 기관으로 지정한다.

 정부는 또 죽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고려할 수 있는 장기 기증 희망 등록과 연명의료 중단을 한 번에 안내하고, 신청 과정도 연계할 계획이다.

 기증자와 유가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도 강화한다.

 현재 기증 유가족에게 장제비나 의료비를 최대 540만원 지원하고 있는데, 정부는 현금 지원의 합리성을 검토하고, 민간 주도의 현물 예우 등 개선 방향을 찾을 계획이다.

 세계이식학회는 기증 유가족에 대한 금전 보상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의 성인 1천명 대상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예우 방안으로 장례비 등 지원금 지급(54.7%)을 가장 많이 꼽는 등 우리 국민은 장제비 등을 금전 보상이 아닌 부조 성격으로 받아들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청사나 박물관, 병원 등 여러 공간에 기증자 현판(가칭 '기억의 벽')을 설치해 추모하거나 지자체의 화장·봉안당 예치 비용을 감면해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 제공]

 ◇ 인체조직 국내 기증 활성화…미성년 기증은 폐지 혹은 제한 승인

 정부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체조직의 경우 국내 기증 활성화를 위해 인식 개선에 나선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장기 기증자의 27.2%만 인체조직을 함께 기증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인체조직 가운데 수입 조직의 비율은 2023년 기준 91.6%에 이른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 기증은 기증자의 시신 훼손이 많지 않은데, 피부나 뼈 등 인체조직을 기증하는 경우 훼손이 비교적 심할 거라는 인식 때문에 꺼리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각 의료기관이 갖춘 조직은행들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가를 현실화하고, 조직은행 내 조직 채취 인력 양성 과정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살아있는' 기증자에게 정기 건강검진비 등 지원을 확대하는 등 건강권 확보 방안도 마련한다.

 정부는 미성년자 장기 기증의 경우 의사결정 능력, 자발성 등을 평가하는 심리·사회적 평가 도구를 개발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미성년자의 장기 기증을 폐지하거나 제한적으로만 승인할 계획이다.

 검사비, 입원비 등 600만∼700만원의 비용을 수혜자가 직접 부담하는 조혈모세포는 건강보험 급여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과는 별개로 기증 시 유가족의 동의 절차 개선도 논의한다. 현재는 생전에 기증자가 기증 의사를 문서로 작성했더라도 유가족 1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장기 기증·이식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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