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중환자실' 10년…"응급실 도착후 사망률 73% 줄었다"

중증응급환자 8천924명 이송 성과…"이제 수도권 넘어 전국의 생명줄 돼야"

 지난해 4월 강원도 정선에 사는 네 살 어린이가 위독한 상태에 빠졌다.

 심장 수술 이력이 있는 이 아이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 증세로 기도삽관이 필요한 초응급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이를 데려간 인근 병원 응급실에서는 이를 시행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 사정은 119에 접수돼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의료진이 탑승한 소방헬기가 정선까지 날아갔고, 의료진은 아이를 태워 불과 30여 분 만에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생명 구호 최전선에 있는 소방헬기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남은 30여㎞는 또 다른 고비였다.

 서울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응급상황을 컨트롤하면서 아이를 안전하게 이송해야 했기 때문이다.

 SMICU는 명칭 그대로 '서울에서 달리는(Mobile) 중환자실(ICU)'을 말한다.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큰 이 특수 구급차에는 일반 구급차에 없는 체외막산소공급장치(에크모·ECMO)와 목표체온조절장치 등 20여개의 중환자실 장비가 탑재돼 있으며, 의사 1인(응급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2인이 동승해 환자를 진료한다.

 에크모는 환자의 몸 밖으로 빼낸 혈액에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속으로 넣어주는 장치로, 주로 중환자실에서 사용된다.

 폐가 제 기능을 못 해 산소 공급이 불가능해지고, 동시에 심장이 기능을 잃으면 '펌프작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이때 에크모를 사용하면 산소 공급과 펌프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이날도 의료진은 SMICU로 이송 중에 환자 치료를 시행했다. 위급한 상황이 반복됐지만 구급차 안에서 곧바로 처치가 이뤄졌으며, 결국 아이는 무사히 병원 중환자실에 도착해 안정적인 치료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병원 간 중환자 이송에 큰 역할을 해온 SMICU가 올해로 출범 10년을 맞았다.

 병원 간 환자 이송 때 높아지는 사망 위험을 낮춰보자는 취지로 10년 전 도입한 서비스가 앞선 아이 경우처럼 수많은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서비스센터(센터장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SMICU는 2015년 첫 가동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8천924명의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했다. 대부분은 뇌출혈, 대동맥 파열, 급성심근경색, 소아심장질환 등 '골든타임'이 생사를 가르는 환자들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기간에는 1천117명의 중환자를 병원에 이송함으로써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중에는 해외에서 코로나19로 위중해진 국민을 국내 병원으로 이송하는 업무도 있었다.

 SMICU의 통계상 효과는 분명하다. 연평균 이송환자 수 증가율은 10.2%를 기록했으며, SMICU를 이용한 환자의 24시간 내 사망률은 일반 이송 대비 43% 낮았다. 또 응급실 도착 후 사망률은 73%나 줄었다.

 출동 소요 시간도 단축됐다. 2021년 29분이 걸리던 출동 준비 시간은 최근 18분으로 11분 감소했다. 이는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SMICU가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몇 가지 변화가 더 필요하다.

우선 서비스의 전국 확대다.

 SMICU가 경기도(한림대성심병원 MICU)까지는 확산했지만, 여전히 서비스는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에 국한된 시스템을 이제는 광역시, 지방 거점병원까지 확산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안정적인 인력 확보와 양성, 교육 강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송 의료진에 대한 지속적인 시뮬레이션 훈련, 경력 인증제, 처우 개선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함께 중증환자이송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고, 특수 구급차 유지와 장비 교체에 드는 비용을 안정화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노영선 센터장은 "SMICU는 응급환자에게 '움직이는 치료실' 역할을 하며 생명을 지켜내고 있다"면서 "지난 10년의 운영을 통해 그 효과가 입증된 만큼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6년 전인 2019년 기자는 "'달리는 중환자실', 이제 전국에서 달려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구급차 이송 때 환자 치료의 연속성이 끊기는 문제는 SMICU를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SMICU는 신생아부터 노년 환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을 구함으로써 '환자를 옮기는 길'을 '살리는 길'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지역 필수의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아직도 SMICU 서비스가 수도권 중심에만 머무르는 건 아쉬움이 남는다.

 달리는 중환자실이 수도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든 달릴 수 있는 날. 그날이 바로 우리 사회가 환자와 가족에게 지켜야 할 약속이다.

SMICU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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