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돌파 건강보험 진료비…급증 주범은 '고령화'아닌 '공급'

  2022년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한 건강보험 진료비.

 가파른 고령화와 맞물려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진료비 급증의 핵심 원인이 단순히 인구 고령화나 소득 증가뿐만 아니라, 의료기관과 병상수 같은 '공급 요인'에 있다는 심층 분석 결과가 나왔다.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의 '건강보험 진료비 영역별 지출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총진료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은 가입자 수, 고령화율과 더불어 '요양기관 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연구는 진료 형태를 입원과 외래로 나누어 지출 증가의 구조를 세밀하게 들여다봤다.

 분석 결과, 입원 진료비의 경우 인구 천 명당 병상수가 1% 증가할 때 진료비가 약 0.2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나, 병상 공급이 비용 증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병상은 일단 만들어지면 이내 채워지게 된다"는 의료 경제학의 법칙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반면, 외래 진료비는 공급 요인의 영향력이 더욱 컸다. 인구 십만 명당 의원 등 요양기관 수가 1% 많아질수록 외래 진료비는 약 1.64%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네 의원이 늘어나면서 의료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이것이 전체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공급자 유발 수요' 현상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요양기관 종류별로 분석했을 때, 지출 요인의 영향력은 더욱 명확해졌다.

 '종합병원 입원 진료비'의 경우, 병상수가 1% 늘 때 1.02%가 증가했으며, 보건의료물가지수가 1% 상승할 때는 무려 3.49%가 올라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역내총생산(GRDP)이 1% 증가할 때도 진료비가 0.92% 상승했다.

 '의원 외래 진료비'는 다른 요인들의 영향이 두드러졌다. 요양기관 수가 1% 증가할 때 진료비는 1.39% 늘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가입자 수 1% 증가 시 1.05%, 고령화율 1% 증가 시 0.84%, 지역내총생산 1% 증가 시 0.42%씩 진료비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목할 점은 최근 진료비 증가분 중 상당 부분이 기존 요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의원 외래 진료비' 증가분의 50% 이상이 분석 모형에 포함된 변수들로는 설명되지 않는 '설명되지 않는 요인'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급격한 환경 변화, 새로운 정책 도입, 신의료기술의 발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고령화처럼 통제가 어려운 요인 외에, 병상수나 의료기관 수와 같이 '정책적 관리가 가능한' 공급 요인이 진료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수치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는 향후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 단순히 발생한 비용을 모니터링하는 사후적 관리를 넘어, 의료 공급 체계 전반에 대한 사전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전략이 시급함을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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