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의 모호한 심사에 두번 운다…극한고통의 요로결석 환자들

일방적 급여 삭감에 환자·의료진 반발…"과잉 진료 유발" 탄원 계획
심평원 "공정하게 심사" 해명에도 심사 의료진 명단은 '비공개'

 "이건 관우가 다시 살아 돌아와도 못 참아요. 심사하는 사람이 안 걸려봤으니까 그렇겠죠."

 2년 전 요로결석을 앓았던 김모(42)씨는 당시의 끔찍한 통증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명의 화타가 독화살에 맞은 뼈를 생으로 긁어낼 때도 태연하게 바둑을 둔 관우에 빗댈 정도면 대체 요로결석의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다른 환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박모(40)씨는 "평생 처음 겪어보는 유형의 통증이었다"며 "옆구리를 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데 한겨울에도 온몸에 땀이 날 정도였다"고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환자들은 요로결석이 아이를 낳을 때 느끼는 '산통'이나 몸이 불에 탈 때 느끼는 '작열통'과 맞먹는 고통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장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과거 요로결석에 걸렸던 환자들의 눈물겨운 후기가 줄을 잇는다.

 '차라리 죽고 싶었다', '치과 신경치료 때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겨우 재운 애가 깰까 봐 밤새 베개를 물고 끙끙거렸다'는 글들이 당시의 고통을 대변한다.

 비뇨의학과 전문의인 A병원 김윤성 원장은 7일 "인간이 느끼는 통증을 수치로 계량화한다면 아마 최고 수준일 것"이라면서 "병원에 요로결석으로 오는 환자들은 거의 사람이 느낄 수 있는 통증은 다 느낀다고 보면 된다"고 안타까워했다.

 극한의 고통을 느끼는 요로결석 환자들의 구원자는 수술을 제외하면 체외충격파쇄석술(Extracorporeal shock wave lithotripsy·ESWL)이 사실상 유일하다.

 체외에서 충격파를 쏴 신장이나 요관을 막은 결석을 깨트린 뒤 소변과 함께 자연배출 하는 방식인데, 마취나 절개, 입원 없이 즉시 일상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선호하는 시술이다.

 비용은 100만∼120만원으로 제법 비싸지만, 이 중 대부분은 건강보험 급여 처리되므로 환자 부담은 25만∼30만원으로 낮아진다.

 물론 모든 요로결석 환자에게 이 시술법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체외충격파쇄석술 급여기준에 따라 하부 요관 결석 크기가 4㎜ 미만(무증상)이거나 통증이 있더라도 1회의 진통제 투여로 통증이 완화되면 결석이 소변으로 배출될 때까지 기다리는 대기요법을 쓴다.

 다만 여러 사유로 신장이 하나이거나 요독증이 있는 경우, 반복적으로 진통제를 투여해도 통증이 가시지 않는 경우, 의사 소견을 토대로 기타 임상적으로 신속한 시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이 시술법을 쓴다.

 여기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등장한다.

 심평원은 시술 병원에서 보내온 자료를 심사해 급여 지급 여부를 정하는데, 최근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급여를 삭감하는 일이 잦다는 게 의료진의 목소리다.

 초음파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결석의 크기가 4㎜ 이상으로 확인되거나 반복된 진통제 투여에도 통증 조절이 안 될 때 시행한 시술의 급여를 임의로 삭감했다는 것이다.

 특히 상급병원에서 보내온 소견서를 토대로 시술했는데도 '결석 크기가 기준에 못 미친다'라거나 '통증 조절이 된 것으로 보인다'라거나 '쇄석술을 실시한 사유를 확인할 수 없다'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급여를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자들의 탄원서 일부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급여 삭감에 반발한 일부 시도의사회가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심평원은 '검토 중'이라는 이유로 최근까지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윤성 원장은 "의사가 기준에 맞춰서 분명 필요하다고 보고 시술을 시행했는데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를 하지 말라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며 "진료실에 들어올 때부터 살려달라고 울면서 매달리는 환자를 외면하면서 '그냥 참아라'라는 말만 반복하라는 것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다만 심평원은 언론인이 질의를 하자 일주일 만에 (취재인에게) 답변서를 보내왔다.

 심평원은 답변서에서 "쇄석술 급여기준에 따라 일관되고 공정한 심사 적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비용 감액이 결정된 경우는 진료기록부와 영상자료 등에서 충분한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던 경우가 다수였다"고 설명했다.

 이를 심사한 의료진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지를 묻자 "관련 분야 전문의 심사위원이 전문의약학적 타당성을 판단해 심사한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업무 위축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를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급기야 이 사태에는 환자와 보호자들까지 나섰다.

 환자들은 심평원의 이런 조치에 대한 억울함을 주장하는 탄원서를 보건복지부에 낼 계획이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심평원이 근거 없는 부당한 진료 지침을 지시해 결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과잉 검사를 요구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방해한다"며 "환자의 심한 통증을 증명하고 시술받으라는데, 도대체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진다는 현실이 암담할 따름"이라고 심평원을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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