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의료공백이 남긴 상처…복귀 후에도 후유증 불가피

전공의 돌아와도 해결할 과제 산더미…"이전으로는 못 돌아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가 가시화되면서 1년 6개월 가까이 이어진 의정갈등도 끝을 향하고 있다.

 사직 전공의들이 오는 9월에 수련을 재개하게 되면 지난해 2월 정부의 의대 2천명 증원 발표 이후 발생한 의료공백이 어느 정도 메워지겠지만, 장기화한 의정갈등으로 인한 후유증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 복지부, 전공의 복귀 방안 마련…의료현장엔 여전히 상처만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이 원래 근무하던 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들의 자리를 인정하고, 군 미필의 경우 가급적 수련을 마친 후 입대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밝히면서 오는 9월 전공의 상당수가 현장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인턴, 레지던트의 90% 이상이 병원을 떠나면서 초토화됐던 의료현장은 전공의들의 복귀로 이제야 숨통이 트이게 됐다.

  그동안 현장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이 초래한 상처로 시름 해왔다.

 현재 서울의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이른바 '빅5' 병원의 수술 건수는 의정갈등 이전의 70∼80% 수 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정갈등 이전에는 일평균 1천207건에 달하던 빅5 병원 수술 건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 이후 한 때 600여건으로 반토막 났다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추세지만,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술과 진료가 줄어든 피해는 환자가 고스란히 떠안았다. 환자단체는 의정갈등과 의료공백의 '진짜 피해자'는 환자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작년 국립대병원 10곳의 적자가 전년 대비 2배가량으로 늘어나는 등 병원 경영도 악화했고, 정부도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상당한 돈을 쏟아부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12월 비상진료체계 운영 등을 위해 건강보험과 일반 예산, 지방자치단체 재난관리기금 등을 합쳐 3조5천363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1∼6월에도 비상진료체계 운영 지원 등에 3천억원가량이 추가로 들었다.

 신규 의사와 전문의도 급감했다. 올해 초 의사 국시 최종 합격자는 269명으로, 전년도 3천45명의 8.8%에 불과하다.

 새로 배출된 전문의는 509명으로 지난해 2천727명의 18.7%에 그친다.

 ◇ 후속 과제 산적…"전공의 복귀해도 예전으론 못 돌아가"

 전공의들의 복귀는 이미 길어질 대로 길어진 사태를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당장 정부는 전공의들의 복귀에 집중한 나머지 환자들의 피해를 돌보지 않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도 거세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와 여당은 의료 공백의 책임자인 전공의 복귀에만 집중하고 환자의 피해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나 입법 개선에는 관심이 부족하다"고 꼬집은 바 있다.

 환자단체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환자와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하고,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어떻게 개선할지도 장기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과제다.

 이미 병원에 조기 복귀한 전공의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이들과 오는 9월 수련을 재개할 사직 전공의들의 형평성은 어떻게 보장할지도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할 부분이다.

 의대생, 전공의, 전문의로 이어지는 의사인력 양성체계가 꼬이면서 향후 몇 년간 현장에 혼란도 여전할 전망이다. 통상 전공의 대다수는 상반기에 1년 단위의 수련을 개시해왔는데, 이번 사태로  하반기에 수련을 시작하는 인원이 더 많아지면서 수련체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의료계도 이번 사태로 불거진 내부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의료계 안에서는 집단사직에 동조하지 않고 병원에 남은 전공의 등을 공격하는 블랙리스트가 퍼지며 충격을 줬고, 일부 전공의가 의대 교수들을 '중간착취자'라고 비난하면서 스승과 제자 사이 신뢰가 깨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에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한다고 해도 병원의 사정이 쉽사리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더욱이 수련환경 개선과 양질의 수련을 주장하는 전공의들에게 예전처럼 업무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채워온 진료지원(PA) 간호사와의 업무 분담을 어떻게 할지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수련생 신분을 강조하며 돌아온 전공의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부터, 기존 복귀자와의 갈등이나 형평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며 "전공의들의 복귀는 반가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원이 의정갈등 이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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