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허영호도 넘지 못한 담도암…"조용하지만 치명적"

초기증상 없고 간암·폐암보다 예후 나빠…"예방·조기발견 노력이 최선"

  담도암으로 투병 중이던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최근 하늘의 별이 됐다.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을 정복하고 북극·남극·에베레스트 '3극점'에 도달한 세기의 모험가조차도 불현듯 찾아온 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고인을 괴롭힌 담도암은 여러 암 중에서도 '고요하지만 치명적인' 암으로 꼽힌다.

 이런 역할을 하는 담도와 담낭에 생기는 악성종양이 각각 담도암(담관암)과 담낭암이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통계를 보면 2022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는 총 7천848명의 담도암(5천5명), 담낭암(2천843명) 환자가 발생했다.

 전체 암 중에는 발생률이 2.8%로 9위에 해당했다.

 성별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20%가량 높았으며, 연령대별로는 고령층인 70대(34.0%), 80세 이상(30.3%), 60대(25.4%)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담도·담낭암은 주요 암 중에서도 예후가 나쁜 암으로 꼽힌다. 담도나 담낭이 몸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 상태에서 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 중에는 간 수치를 낮추려고 동네 의원에서 약만 처방받아 복용하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뒤늦게 진행성 담도·담낭암을 진단받은 사례도 있다.

 5년 생존율이 간암이나 폐암보다도 낮은 29%에 불과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나마 요즘은 건강검진이 활성화되면서 초음파 검사로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제는 두 암 모두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상태가 나빠졌을 때 비로소 눈의 황달, 진한 갈색의 소변, 피부 가려움증 등이 나타난다.

 또 담즙이 장내로 배설되지 못해 대변의 색이 하얗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밖에 체중 감소와 피곤함, 식욕부진, 메스꺼움, 구토, 상복부나 명치의 통증 등이 동반하기도 한다.

[국립암센터 제공]

 담도·담낭암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담도 세포에 생긴 만성적인 염증이나 담도 결석, 염증성 대장 질환, 간흡충 감염, 바이러스성 간염, 궤양성 대장염, 담낭용종, 흡연 등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중에서도 간흡층 감염은 담도암의 직접적인 연결 고리여서 주의가 필요하다. 민물고기를 날로 섭취하다가 몸속에 들어온 간흡충이 담도 벽에 기생하면서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담도암으로 악화하기 때문이다.

 담낭암은 담낭 결석에 주의해야 한다. 담낭 결석이 있는 사람은 없는 사람에 견줘 담낭암 발생 위험이 5∼10배 정도 높고, 담석 유병률이 높은 나라에서 담낭암이 잘 생긴다는 보고가 있다.

 용종도 담낭암의 원인으로 꼽힌다. 담낭 용종 크기가 1㎝ 이상인 경우, 용종의 크기가 점차 커지는 경우, 용종과 함께 복통 증상이 있는 경우, 담석이 동반된 경우, 용종이 발견된 나이가 50세 이상일 때는 담낭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담도암과 담낭암 진단에는 혈청 종양표지자 검사, 초음파 검사,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담췌관조영술 등이 활용된다.

 진단 후에는 병변의 위치와 침범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결정한다.

 치료법으로는 혈관 침범과 전이가 없을 경우 수술 절제를 먼저 고려한다. 암이 진행된 경우에는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 등 내과적 치료가 주로 이뤄지며 내시경적 고주파 소작술 및 담관 스텐트 삽입술을 병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면역항암제도 치료 선택지로 추가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이재민 교수는 "담도·담낭암은 증상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진행 속도가 빠르고 예후가 불량해 뒤늦게 진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금연과 절주, 적절한 체중 유지, 정기적인 혈액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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