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버섯탕!…'복날 채식 레시피' 확산

도토리묵밥·들깨탕·가지덮밥 등이 '삼복 견딜 식단'
영양 과잉 시대…"고기 자주 먹는데 복날만큼은 채식"
"복날 삼계탕은 소중한 문화…식문화 종합적 접근 필요"

 "복날 채식 인증합니다: 도토리묵밥"(엑스 이용자 'Gen***')

 삼복더위를 견디기 위한 '보양식'의 개념에 변화가 일고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이 화두가 되는 영양과잉 시대에 접어들면서 복날 식탁에도 삼계탕 대신 버섯탕 등 식물성 식단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복날 채식 레시피가 활발히 공유된다.

 가지·애호박·들깨 덮밥, 도토리묵 홍감자 콩물밥, 노각 콩물 국수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한국 전통약선 채식 요리는 설탕이나 화학조미료 없이 제철 식재료의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 건강에 민감한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비건 복날' 인증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복날에 육식 안 하기 성공 막국수와 곤드레버섯밥 먹음"('why***'), "초복 맞이 요리는 감자옹심이를 곁들인 버섯들깨탕"('dad***') 등 다채로운 채식 보양식 사진과 후기가 공유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엑스 이용자 'ani***'는 삼계탕 키트에서 닭을 빼고 대신 다양한 종류의 버섯을 듬뿍 넣어 끓이는 '버섯 보양탕' 레시피를 소개했다.

 고기는 전혀 안 들어갔지만, 버섯을 소금에 찍어 먹으면 기분까지 챙길 수 있는 복날 음식이 된다.

 지난해에는 비건 요리 전문 셰프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조앤 몰리나로가 자신의 SNS 계정에 복날을 위한 채식 식단을 공개했다.

 그는 "찾아보면 더위를 식혀 줄 맛있는 채식 요리가 많다"며 "동시에 우리의 몸과 동물들, 그리고 지구에 대한 사랑까지 보여 주는 훌륭한 음식들"이라고 남겼다.

 직장인 강서린(25) 씨는 26일 "평소 고기를 자주 먹다 보니 복날만큼은 채식을 해보자는 SNS 게시글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그때부터 2년째 복날마다 채식 요리를 해 먹고 있다.

 몸도 마음도 조금 더 산뜻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엑스 이용자 'jeo***'는 "복날은 체력 소모가 극심한 무더위 앞에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한 날이었지만, 현대 사회에 이르러선 채식을 시도해 보는 날로 전환해 볼 만도 하다"고 적었다.

 또 'wea***'는 "옛날 개념의 몸보신을 현대인들은 매일 하고 있다"며 "우리 아예 복날에 채식 인증을 올리자"라고 남겼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 복날 채식은 사회적 흐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20일을 시작으로 오는 8월 9일 말복까지 3주 동안 '복날 채식 캠페인'을 진행한다. '복날에 고기 대신 채식으로 지구도 살리고 복도 쌓아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불살생과 생명존중의 불교적 가치를 바탕으로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을 장려하고 있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개선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2022년에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이 '복날 채식? 오히려 좋아' 캠페인을 진행했다. 육식 위주 보양 관습에서 벗어나 복날 채식 문화가 확산되기를 장려했다.

 또 2021년에는 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코리아'(HSI)가 '복날을 위한 나만의 착한 레시피' 캠페인을 벌였다. 보신탕 등 기존 보양식을 대체할 수 있는 채식 레시피를 개발해 공개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채식 요리로도 충분히 몸 보양이 가능하다"며 "채식에 대한 공감대가 점점 넓어지며, 이를 지향하는 이들도 함께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날은 단순히 고기를 먹는 날이 아니라, 무더위를 건강하게 이겨내는 지혜를 나누는 날로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과거와 달리 현대에는 복날에 꼭 고열량 보양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유병욱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거 농경사회에서 복날은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는 날이었다"며 "현대에는 다양한 경로로 영양을 섭취할 수 있어 굳이 복날에 고열량 식품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적정한 육류를 섭취하고 있다면, 복날에 콩이나 두부 같은 식물성 단백질로도 충분한 영양을 보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에너지와 지방이 풍부한 음식을 자주 먹지 못했던 시절, 복날 보양식은 특별한 날 먹을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었다"며 "비만과 만성질병 위험이 높은 요즘에는 보양식의 필요성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교수는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전통은 소중한 우리 문화이기도 하다"며 "복날 식문화를 바라보는 좀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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