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창고형 약국' 가보니…"약물 오남용" vs "선택권 확대"

전문의약품 제외 2천500여개 품목 판매…소비자 호응·유통질서 저해 우려 교차

 "약 종류가 많아 쇼핑하듯 보기 좋고, 분류가 잘 돼 있어 원하는 약을 고르기 편한 것 같아요. 찾아간 약국에 원하는 약이 없으면 대체 약품을 사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선 내가 골라 살 수 있기도 하고요."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고등공공주택지구에 있는 국내 첫 창고형 약국에서 만난 40대(서울 강남구 도곡동)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약품을 골랐다.

 이 약국은 '최대 규모 창고형 약국'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성남시 외곽이지만 도시 중심부 시청에서 승용차로 약 10분이면 닿는 거리에 있고 분당·판교신도시와도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자리 잡았다.

 5층 건물 가운데 1층 약국 매장은 약 460㎡(140평) 규모이고 나머지 2~4층은 주차장으로 쓴다. 장애인 구역을 포함한 3개 층 주차면은 약 30대 규모로 넉넉한 편은 아니다.

 5층 공간은 아직 개방하지 않았다. 건축물대장에 5층 용도는 휴게음식점(288.24㎡)과 의원(82.43㎡)으로 돼 있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 내부 모습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창고형 매장 형태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과 사료 등 51개 분류로 나뉜 2천500개 이상의 품목을 판매하고 있었다.

 매대엔 효능군별로 의약품을 모아 놓아 찾기 쉽게 해 놓았고 염색약, 구강세정제, 기능성 화장품 등 생활 잡화도 판매 중이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고 매장 측은 말했다.

 약국을 찾는 고객들이 자주 구매하는 해열·진통·소염제와 소화제, 감기약, 영양제를 비롯한 모든 약품이 진열된 매대 앞에는 제품별로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휴대전화로 가격과 효능을 비교하며 원하는 제품을 카트 장바구니에 담았다.

 고객이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약을 고르고 약사로부터 복약 상담과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약의 효능을 얘기하면 약사가 해당 약을 골라 권하는 기존의 약국과는 달랐다.

 매장에 상주하는 약사들은 매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고객들 요청이 있으면 약 효능을 설명하고 복용법을 지도했다.

 매장 인근으로 출장 왔다가 잠깐 들렀다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감기약과 진통제, 비타민 몇 종류를 샀는데 시중 약국보다 싸게 샀다"며 "효능별로 약을 분류해놓은 게 마음에 든다"며 반겼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 내부 모습

 그러나 약사 업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약사회 한 관계자는 "창고형 약국은 박리다매 방식이다 보니 복약 지도가 제대로 될지 걱정되고, 싸게 팔면 과도한 약 쇼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오남용도 우려된다"며 "기존의 약 업계 유통 질서를 해칠 수 있고 기존 약국은 비싸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창고형 약국의 정두선 대표 약사는 "창고형 약국은 시대 변화에 맞춰 유통과 판매 방식에도 변화를 줘 소비자에게 약품 구매의 선택권을 넓혀준 것"이라고 말했다.

 '복약 지도 미흡', '약물 오남용' 우려에 대해선 "개업한지 얼마 안 돼 일부 고객의 구매 패턴을 살펴본 것이지만 소비자들은 유효기간에 민감해 한 종류의 약을 과하게 사 가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우리 약국도 다른 약국들처럼 약사의 복약 상담과 지도를 거쳐 약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첫 '창고형 약국'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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