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역할 커지는 뇌졸중 전문병원…정부 정책 '엇박자'

지난해 의료 공백 속 전국 뇌혈관 전문병원 4곳 수술 건수 전년比 37% 급증
'지역응급의료기관'에 묶여 응급환자 후송엔 걸림돌…"정부, 지원책 적극 살펴야"

 "뇌졸중 환자가 우리 병원에 바로 오면 더 빨리 치료받을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지만 119는 권역을 벗어났다는 이유로, 또 '센터'가 아닌 '응급의료기관'이라는 이유로 환자를 잘 이송해주지 않습니다."

 경북 포항에 위치한 뇌혈관 질환 전문 에스포항병원 김문철 원장의 목소리는 1시간 동안 답답함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난 2008년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직을 포기하고 현장 진료를 택한 김 원장과 그를 따르는 숙련된 의료진, 효율적인 시스템 덕분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이 병원은 초고령화 추세 속에 갈수록 늘어나는 뇌졸중 환자들이  제때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엎어지면 코 닿을' 30분 거리에 최적의 뇌혈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이 있지만, 행정적인 구획과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라는 한계 때문에 환자들이 '골든타임'을 놓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사실상 뇌혈관 질환의 응급 치료와 큰 관련이 없는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채용하지 않은 게 지역 응급의료기관에 머물러있는 주요 이유다.

 이 중에서도 뇌졸중 선별 검사에서 양성 의심 판정을 받은 환자조차 혈전 용해 치료만 가능하고 수술이 불가능한 지역 의료기관을 먼저 거치도록 한 119 후송 규정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명백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심뇌혈관 질환 센터에 대한 지원 정책 역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최대한 빨리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환자를 후송하는 게 목표이지만, 턱없이 부족한 지원과 까다로운 선정 기준으로 인해 현장의 불만이 커지는 것이다.

 김 원장은 "상급종합병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동안, 실제 뇌혈관 질환 치료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전문병원들은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의 질 평가 지원금 역시 마찬가지다.

 뇌졸중 치료에 특화된 뇌혈관 전문병원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 지표는 오히려 불이익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 원장은 "신생아 중환자실 유무, 결핵 검사 실시율 등 뇌혈관 질환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항목들로 평가받는 현실은 전문병원의 사기를 저하하고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최근 2차 병원을 육성하기 위해 '필수특화 기능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중복지원이라는 이유로 뇌혈관 분야를 제외해 대한신경외과학회와 중소병원 등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원장은 "뇌혈관 응급 환자를 위한 전문 인력과 인프라를 구축했음에도 응급 전달 체계에서 전문병원이 후순위로 밀리는 게 현실"이라며 "잘못된 시스템과 정책으로 골든타임을 놓쳐 병원을 찾는 환자를 보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뇌혈관 전문병원들은 지난 1년간 이어진 의정 갈등 속에 대학병원의 의료 공백을 메우며 묵묵히 환자 생명을 지켜온 것으로 평가된다.

 전국 4개 뇌혈관 전문병원의 수술 건수가 2023년 대비 2024년 36.8%나 증가한 것은 이들 병원이 지역은 물론 권역 내 환자까지 책임지는 핵심 역할을 수행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제는 정부가 뇌혈관 전문병원의 이런 역할에 화답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숙련된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뇌혈관 전문병원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초고령화 질환인 뇌졸중으로부터 더 많은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화려한 테크닉' 뒤에 숨겨진 의료 현장의 절박한 외침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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