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사회적 건강과 스트레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스트레스 다스리기에 관해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추가로 더 자세히 언급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은 현재 개인의 스트레스와 '사회적 건강'의 위기가 심각해 총체적 개선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나'만 있고 '우리'는 없는 사회로 가고 있어 그 과정에서 고립된 개인의 스트레스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과 SNS의 과도한 사용은 이러한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많은 정신분석학자는 SNS에서 사람들이 흔히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는 경향이 있어 이를 접하는 사람들은 타인과 비교하며 자존감 하락과 스트레스, 우울증을 경험하기 쉽다고 경고한다.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로 이어진다. 필자는 SNS가 만들어낸 '가짜 현실'(false reality)이 개인의 현실 인식과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 스트레스 경감과 마음 챙김의 중요성

 물론 외부적인 사회 환경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대처하는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스스로 노력하면 스트레스를 덜 느끼거나 내성을 키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무지하게 바빠 죽겠다'는 말 대신에 하루에 단 15∼20분이라도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걷거나, 책을 읽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명상을 하는 등의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거나 SNS를 하는 것은 오히려 효과를 반감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필자 역시 스마트폰으로부터 해방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스트레스 경감에 효과적이라고 본다.   하루에 1시간이라도 스마트폰 없이 지내보거나, 식탁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명상이나 스트레스 경감 호흡법(예: 3-4-5 호흡법, 4-11-12 호흡법)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깊고 느린 호흡은 스트레스 반응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인데, 이는 스트레스와 관련된 미주 신경이 깊은 호흡을 했을 때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 정서적 건강 관리와 사회적 연결의 힘

 스트레스는 마음뿐만 아니라 몸의 상태에서도 비롯될 수 있으므로 신체 관리 또한 중요하다.

 충분한 물과 비타민 섭취, 규칙적인 수면, 가벼운 운동은 신체적 스트레스 요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대화하는 등의 가벼운 활동도 스트레스 해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친밀한 인간관계'가 스트레스 해소에 매우 중요하다.

 포옹이나 입맞춤과 같은 신체적 접촉은 건강에 좋으며, 의도적으로 웃는 것은 심장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감정을 지나치게 억압하기보다는 적절히 표출하는 것 또한 스트레스 관리에 필요하다.

 더불어, 남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고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도록 노력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

 장수 연구에서도 일생을 함께할 친구를 사귀고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나'에서 '우리'로, 사회적 건강의 중요성 인식도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단순히 질병이나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닌, 완전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웰빙 상태로 정의한다.

 이는 그동안 개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만 치중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사회적 관계와 환경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시사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를 생각하는 과정이며,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우리'가 없는 '나'만을 우선으로 여기는 이기적인 사람이 일부 존재하고 있다.

 그러면서 황금만능주의 사회로 변질해가고 있다.

 소통과 공감 능력이 부족한 '신체적 어른'은 걸어가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행동을 일삼으며 사회 전체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이기도 한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극단적인 사고에 쉽게 빠지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다.

 ◇ 뇌와 심장의 조화로운 발달 및 사회적 처방의 필요성

 제대로 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뇌의 연합영역이 발달하고, 뇌와 심장 사이의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

 뇌의 연합영역은 인간의 지능, 추론, 계획, 학습, 언어, 상상 등 고등 정신 활동을 담당하고 뇌와 심장의 연결은 따뜻한 마음과 배려심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는 뇌뿐만 아니라 '심장의 역할'에도 주목해야 한다. 심장에는 기억과 감정을 인지하는 작은 뇌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예로부터 심장은 감정의 근원으로 여겨져 왔다.

 개인의 노력과 더불어 사회 시스템의 변화 또한 필수적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건 정책은 소극적인 질병 치료에만 집중돼 있다. 건강 유지와 질병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부족하다.

 필자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ption)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동체에서의 여가 활동 지원(스포츠, 원예, 노래교실, 봉사활동, 시민대학 등)을 통해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고, 개인의 정신적, 사회적 건강을 증진하는 방안이다.

 여기에 교육, 보건, 복지에 대한 국가적 투자 확대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필자는 정부의 최우선 정책이 경제 성장이 아닌 교육, 보건, 복지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를 통해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GDP 대비 낮은 수준인 국가 보건의료 예산을 증액하고, 획일적인 의료 전달 체계를 개선하며, 건강보험 제도를 다양화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한 과잉 진료, 짧은 진료 시간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환자와 의사 간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서양 현대 의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동서 의학의 융합을 통해 환자 중심의 통합적인 의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의 사례처럼,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 융합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현대 사회의 복잡한 문제 해결에 필수적이다.

 원효대사의 '화쟁(和諍)' 사상처럼, 다양한 가치관과 지식을 조화롭게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 유전자를 뛰어넘어 후천적 노력으로 건강한 미래 건설

 최근 유전체 연구가 발전하고 있지만, 유전자가 실제로 발현되는 데에는 후천적인 생활 습관과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자 한다.

 와인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몸속 단백질의 종류와 양이 변하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적절한 스트레스 관리가 필요하고 유전적인 한계를 넘어 건강한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결국, 대한민국 사회의 건강 위기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와 시스템 개선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다. '나'만을 생각하는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우리'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 의식 함양도 필수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변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지역·필수·공공의료 협의체 출범…지역필수의료법 시행준비
보건복지부는 17개 시도,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참여해 지역필수의료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협의기구인 '지역·필수·공공의료 추진전략 중앙·지방 협의체'를 출범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지역필수의료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까지 지역필수의료 사업 기획, 하위법령 제정 등 준비해야 할 과제가 집중돼 있어 협의체를 통해 중앙과 지방 간 조율 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제1차 협의체 회의에는 17개 시도 보건국장과 권역책임의료기관 공공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복지부 주관으로 월 1회 운영하고, 권역 단위 세부 조율을 위한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권역별 협의체도 이달 중 구성해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내년 3월 11일 지역필수의료법 시행과 함께 중앙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 5대 초광역권 협의회, 17개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각 시도가 자체 현황에 기반해 사업을 구상하고, 복지부가 제시하는 공통 기본 방향에 따라 지역별 특성에 맞게 투자 비중을 조정하기로 했다. 참석한 지자체 보건국장들은 응급·분만·소아 등 분야별 의료 공백 실태와 지역 특성에 맞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식약처, 덜 짜고, 덜 달게 먹는 '삼삼한 주간' 운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2회 '삼삼한 데이'를 맞아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나트륨과 당류를 줄여서 먹는 건강한 식생활 문화가 일상에 정착될 수 있도록 '삼삼한 주간'을 운영한다. '삼삼한 데이'는 '음식 맛이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담백하게 맛있다'는 의미의 '삼삼한(3·3·1)'에서 착안해 매년 3월 31일을 건강한 식생활 실천의 날로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을 통해 나트륨·당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확산시켜 비만과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K-푸드와 올바른 식생활 실천 문화를 확산하려는 목적이다. 올해는 일상 속 삼삼하게 먹는 문화를 보다 널리 확산하기 위해 '삼삼한 주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해당 기간 업계·학계·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식약처는 24일 식약처장과 함께하는 '오유경 안심톡톡, 삼삼한 일주일, 평생을 가볍게!' 라이브 방송으로 나트륨·당류 줄이기 비결 등을 공유함으로써 '삼삼한 주간'의 시작을 알린다. 26일에는 나트륨, 당류 등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하는 우수 급식시설을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 28일에는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춘계 학술대회와 연계하며 29일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대국민 참여 행

메디칼산업

더보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투지바이오와 장기지속 비만치료제 개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이 지투지바이오와 미세구체(microsphere)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을 활용한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당 파이프라인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license-in)해 제품화를 추진하고, 에피스넥스랩은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 비만치료제를 포함한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갖고 계약금 및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에피스넥스랩은 장기 약효 지속형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지투지바이오는 이후 신약 후보물질을 포함한 3종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 보유 조건에도 합의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 및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투지바이오가 발행하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김경아 사장은 "이번 계약은 환자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