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병원, '묻지마 CT·혈액검사' 도 넘었다"

건보공단 이사장, 코로나 환자 CT검사 시행…"폐렴은 CT 진단 대상 아냐"

  병원에 가면 많은 환자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접하게 된다.

 CT는 X-선을 이용해 인체의 단면 영상을 정밀하게 촬영하는 검사다. 단순 X-선 촬영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인체 내부의 다양한 구조물(뼈, 혈관, 장기 등)을 횡단면 3D 영상 등으로 구현해 자세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런 CT 촬영이 국내 일부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과도하게 시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7일 오후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서울 여의도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에서 개최한 미디어아카데미서 2023년 한 해 동안 코로나19 환자에게 CT 검사가 유독 많았던 병원들에 대한 자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A 병원의 경우 코로나19로 치료받은 환자 8천602명 중 30.6%에 달하는 2천630명에게 CT 검사를 시행해 전체 병원 중 검사율 1위를 차지했다.

 이 병원에서 코로나19로 외래나 입원 치료를 받게 된 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이 고가의 CT 검사를 받은 셈이다.

 두 번째로 검사 건수가 많았던 B 병원도 코로나19 환자 1천940명 중 528명(27.2%)에게 CT 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입원 진료를 받은 환자로 국한하면 이들 병원의 CT 촬영률은 97.2%에 달했다.   명목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폐렴 여부를 진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는 게 건보공단의 분 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하지만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 이사장은 "폐렴은 CT로 진단하는 병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통상 폐렴은 X-선 검사에서 폐렴에 해당하는 침윤과 백혈구 수치 증가, 숨 가쁨, 가래 등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단한다"면서 "CT 촬영률이 97.2%라는 건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는 이런 진단 과정과 상관없이 무조건 CT를 찍었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한 증상이 없는 환자에게 무조건 CT 검사를 시행하면 조그만 병변만으로 폐렴 진단이 넘쳐나고 결국 과도한 의료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정 이사장의 시각이다.

 그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일부 병원이 너무 많은 CT 검사 비용을 청구해 확인 차원에서 방문 조사를 시행하면서 비로소 이런 상황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장은 일부 병원에서 과도하게 시행되는 혈액검사(CBC)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건보공단이 일반 혈액검사 건수가 많은 의료기관을 분석한 결과 서울의 C 병원은 전문 진료과목이 안과인데도 환자들에게 평균치보다 11.66배나 많은 혈액검사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정 이사장은 "혈액검사가 평균치의 11배라는 건 다른 병원에서 한 번만 하고 말 것을 이 병원은 11번이나 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안과병원에서 일반 혈액검사로 백혈구, 적혈구 수치를 거의 매일 들여다볼 이유가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차원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환자들이 의료기관 이용 시 조금 더 현명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장은 "입원 중인 병원에서 매일 아침 혈액검사를 한다면 의료진에게 매일 피를 뽑아가는 이유를 묻고, 경미한 증상인데도 CT를 자꾸 찍으라고 한다면 왜 찍어야 하는지 한 번은 꼭 문의하는 습관을 지니는 게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정 이사장은 2023년도 기준으로 연간 외래 이용이 365일을 초과한 환자가 2천448명에 달하고, 25종 이상의 약물을 상시 복용하는 환자가 5천명이라는 내부 분석자료를 공개하면서 환자들도 과도한 의료기관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연간 외래 방문이 365일이라는 것은 일요일, 법정 공휴일을 뺀다고 해도 있을 수가 없는 의료 이용 수준"이라며 "25종 이상의 약물도 약의 개수로 치면 하루 최소 25개부터 30개에 달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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