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는 엄마, 말리는 선배"…의정갈등에 학교 밖 맴도는 의대생

아침마다 학교 대신 PC방 출근 도장 찍는 의대 신입생 사례도
"돌아가고 싶은 학생 있다" vs "현재로서는 복학 의사 없다"
"학생들 희생 부추기는 선배 의사들 비겁" 의료계 내부 일침도

  "25학번 의대 신입생 얘기를 들어보니 부모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가라 하고 선배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오지 말라 해서 아침에 PC방으로 출근한답니다."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과 관계자가 최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의사 수 추계 논문 공모 발표회에서 언급한 사례다.

 이 관계자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도 주변의 여러 사정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의대생과 학부모님 전화가 교육부로 많이 온다"며 현장에 있던 의대 교수 등을 향해 "이제 학교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가길 희망하는 학생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 안에서는 의대생이 의정 갈등의 '볼모'가 돼 버렸다며 이제 선배들이 나서서 후배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라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돌아가고 싶다는 학생 존재하지만…복귀로 이어질진 미지수"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의대들은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면담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복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의대생의 복귀를 전제로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천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히고, 각 의대에서도 적극적으로 설득하면서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부 의대생들이 복귀를 고민하더라도 실제 얼마나 돌아올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의대생마저도 '혼자 복귀해도 될지'를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해서다.

 의료계에선 의대생들의 복귀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일부라고는 하지만 선배들이 의대생들의 복귀를 막는 일이 엄연히 존재했고, 최근에는 복귀한 학생을 두고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공개 비판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휴학 중인 의대생 A씨는 "(선배·동기 눈치 때문에 복귀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며 "설령 눈치를 주지 않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복귀를 고민하는 의대생도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의대 교수 B씨는 "복귀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는데, 아무래도 강경한 학생들이 외부에 주로 노출되다 보니 이들이 과소 추정되고 있다"면서도 "다만 복귀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긴 어렵다"고 했다.

 ◇ 의대생 '강경' 태세 여전…"의대생 '볼모' 잡으면 안 돼" 목소리도 커져

 일부 의대생들이 복귀를 고민하긴 하지만 대다수는 복학할 의사가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게 의료계 내부 판단이다.

 상당수 의대생은 유급을 각오한 채 투쟁을 이어가려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 C씨는 "주변에 복귀하겠다는 의대생은 극소수이고, 지금 의사 커뮤니티만 봐도 전공의보다는 의대생들이 훨씬 강경하다"며 "예비 의사로서 장기간 몸담아야 하는 의료시스템을 우호적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의 1∼2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의대생 A씨는 "상황이 좋아지면 복학하고 싶지만 현재는 복학 의사가 크지 않다"며 "정부가 내놨던 정책과 의사 결정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생각과 그렇다고 의대생 위주의 희생은 원치 않는 마음이 공존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 신분인 의대생들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데에는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견이 없다.

 아직 면허도 없는 젊은 학생들을 선봉에 내세운 게 아니냐는 자성과 함께 젊은 의사 '선배'인 전공의들이 나서서 의대생들의 복귀를 독려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의사회 간부 D씨는 "선배 전공의들이 '우리는 면허도 있지만 너희들은 면허도 없고 앞으로 이 생활이 2∼3년 계속된다면 결국 너희가 피해자가 된다. 그러니 너희들은 들어가라.

 뒤는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말해주는 그런 마음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고 했다.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상에 어느 전문가 그룹이 자신의 젊은 동료이자 후배인 학생을 볼모로 기성세대가 바라는 것을 이루려고 하느냐"며 "학생들의 희생을 부추기는 선배 의사들, 참 비겁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금은 '나서줘 고마웠다, 여러분이 사회에 나올 즈음에는 상황이 더 나아져 있도록 선배들이 최선을 다할 테니 학생들은 이제 학업으로 돌아가라' 이렇게 말해야 할 때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도 "아무도 여러분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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