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우리나라 담뱃값은 싼 편이다?

한국 담뱃값, 주요국 중 낮은편…세금이 73.8%
2015년 4천500원으로 인상 뒤 담뱃값 '제자리'
담뱃값 인상시 소비 줄지만 흡연율 감소 효과 불분명

 정부가 흡연율 감소를 내세우며 담뱃값을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인상한 지 10년이 지났다.

 질병관리청의 '2023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성인 흡연자 중 '1개월 이내에 금연할 계획이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13.1%에 불과해 금연 계획률이 최근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을 뿐만 아니라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꾸준히 줄어들던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2023년 기준 19.6%(남자 32.4%, 여자 6.3%)로 5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담뱃값이 아직도 너무 싸서 그렇다", "1갑에 1만원에 팔면 흡연율이 확 내려갈 것", "담뱃값을 올린다고 담배 피울 사람이 안 피우겠냐?"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 담뱃값, 주요국 중 낮은 편…호주는 1갑에 4만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는 싼 편이다.

 담배는 국가마다 제조사가 다양하고 제품별로 가격 차이가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필립 모리스 사의 '말보로' 한 갑(20개비)의 가격을 비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국가·도시 비교 통계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보로 1갑의 가격은 환율 1천454원 기준 3.12달러(한화 약 4천500원)로, 집계된 99개국 중 70위다.

 담뱃값이 비싼 국가 1위부터 5위는 호주(28.30달러·4만1천여원), 뉴질랜드(22.58달러·3만2천여원), 영국(17.43달러·2만5천여원), 아일랜드(17.09달러·2만4천여원), 캐나다(13.87달러·2만여원)였다.

 반면 담뱃값이 가장 저렴한 5개국은 나이지리아(1.28달러·1천800여원), 베트남(1.35달러·1천900여원), 카자흐스탄(1.74달러·2천500여원), 이집트(1.79달러·2천600여원), 벨라루스(1.84달러·2천600여원) 등으로 우리나라보다 경제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었다.

 미국은 주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평균 10달러(1만4천500여원)로 우리나라보다는 약 3배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각국의 물가 수준이 같다고 가정해 보정해도 하위권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37개국의 평균값인 8.54달러(1만2천여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같은 담배라도 국가별로 가격이 차이 나는 이유는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 체계와 다르기 때문이다.

 담뱃세가 없는 국가도 15개국이나 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4천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개별소비세(594원)와 부가가치세(409원), 담배소비세(1천7원), 지방교육세(443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841원) 등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3천323원으로 73.8%를 차지한다.

 궐련형 전자담배(HTP)는 1갑(20개비)에 세금 3천4원(66.8%), 전자담배는 액체 1ml당 2천209원(49.1%)이다.

 우리나라의 담뱃값은 담배사업법에 따라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시·도지사에게 신고한 뒤 공고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담배 판매인은 공고된 판매가격으로만 담배를 판매할 수 있고, 임의로 값을 책정할 수 없다.

 ◇ 2015년 4천500원으로 인상 뒤 담뱃값 '제자리'

 정부는 금연 확대와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담뱃값을 인상해 2000년 2천원에서 2천500원으로, 2015년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올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세금 인상, 즉 담뱃값 인상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담뱃세(73.8%)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이 권장하는 담뱃세 비율(75% 이상)에 근접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상한 지 10년이 지나 소비자들이 가격에 적응했기 때문에 다시 한번 담뱃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물가상승률에 비춰 담배가격은 그대로라는 지적도 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나라 국민이 주로 소비하는 음식과 담배 가격을 비교하면, 짜장면은 담배와 동일한 4천500원에서 5천760원으로 올랐고, 김치찌개, 냉면, 비빔밥도 1천∼2천원가량 올랐다.

 편의점 기준 1천원 초반대에 머물던 소주는 1천9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담배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지만 정부에서는 구체적인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에 출석해 관련 질의에서 "(인상에 대한)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 담뱃값 올리면 소비 줄지만 흡연율 감소는 '글쎄'

 그렇다면 실제로 담뱃값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줄어들까?

 WHO의 '담뱃세 정책 및 관리에 관한 기술 매뉴얼'(2021)에 따르면 담뱃값이 10% 증가하면 고소득 국가의 담배 소비량은 약 4% 감소하고,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는 약 5%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

 브라질, 터키, 필리핀은 21세기 들어 지속적이고 강력한 담뱃세 인상 정책을 시행해 담배 소비 감소와 세수 증가를 동시에 이뤄냈다고 평가받는다.

 콜롬비아는 2017년 담뱃세를 대폭 인상했는데, 인상 전후를 비교하면 2년 만에 판매량은 33.7% 감소했고, 세수는 97.9% 늘었다.

 다만 담뱃값과 흡연율은 상관관계가 있을 뿐, 그 자체로 효과를 내는 인과관계는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애당초 세계 흡연율은 2000년 49.3%에서 2020년 36.7%까지 떨어졌고, 올해는 34.3%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되는 등 흡연율 감소는 세계적 추세일 뿐, 가격 인상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2015년 담배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흡연율 효과의 동태적 분석'(2022)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담배가격 인상에 대해 담배소비량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할 뿐 인상의 목표인 흡연율 감소 효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은 "인상의 표면적 이유가 '흡연율 감소를 통한 국민건강 확보'에 있다면 흡연율의 극적인 감소가 나타나야 하는데, 흡연율은 이미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며 "담배소비세 인상 정책은 국민의 담배소비량 감소에는 기여했지만, 흡연율에 유의미한 충격을 발생시켰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미 하락추세로 굳어진 흡연율 하락에 가격정책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으므로 각종 금연 사업, 금연 홍보 사업 등을 강화해 흡연자들이 실질적으로 금연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 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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