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지방 소멸 대안으로 떠오른 외국인

재외동포 포함 300만 시대 눈앞 "이방인 아닌 공동체 구성원"
장기체류·정주 지향…"맞춤형 사회통합 정책·인식개선 필요"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국내 체류 외국인이 265만783명으로 전달에 비해 9천510명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08년 총인구의 2.3%인 116만명이던 외국인은 16년 사이에 계속 증가해 5%가 됐고, 향후 5년 이내에 300만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생 기조의 장기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산업계에서는 일찍부터 인력 부족 현상이 장기화함에 따라 외국인력의 도입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지방 거주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경제 활력 감소가 국가 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전국 시군구 228곳 가운데 소멸 위험이 있는 지자체가 2021년에는 108개에서 2023년에는 113으로 늘어났다며 이는 전체 지자체의 49.3%로 절반에 달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가뜩이나 서울 등 대도시로 젊은 인구가 몰리고 있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지자체 두 곳 중 한 곳은 가까운 미래에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은 내국인이 떠난 저임금·비숙련 일자리를 채우고 있고, 젊은 층이 사라진 지방 소도시와 농촌의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되기에 이들은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중요한 대안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와 달리 외국인도 한국 사회에 오랜 기간 머물며 뿌리를 내리려는 경향이 늘고 있어서 이들을 '이방인'이 아닌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제 외국인 노동자가 돈 벌어 귀국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국인의 체류 기간이 2015년에는 평균 3.6년이었는데 지난해에는 6.3년으로 늘어났다.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이 과거에는 단기 취업 비자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거주국으로 돌아가려던 것과 달리 장기체류하며 대한민국에 터전을 잡고 사려는 정주지향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류 등 K-컬처의 확산에 따른 외국인 유학·연수생이 늘어나고 산업인력의 동반가족의 유입으로 외국인 청소년이 늘고 있어서 사회통합 정책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만의 사례가 아니고 주요 선진국들이 이미 겪어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구감소와 산업인력 부족 현상을 일찍부터 겪어온 유럽 국가들은 이민을 통한 노동 공급이라는 단순 접근에서 탈피해 국민 공감대에 바탕을 둔 지속가능한 외국인 수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내국인 인식개선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분별한 외국인 유입이 폭력 사태와 사회적 갈등을 경험했기에 선별과 사회통합도 중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체류 외국인의 32.4%에 달하는 86만명이 조선족·고려인 등을 비롯한 재외동포로 구성돼 있다.

 이는 전체 외국인 국적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이를 감안한 다양한 사회통합 정책이 필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재외동포청은 올해부터 국내로 귀환하는 동포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조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광주광역시, 안산시 등 12개 지자체와 함께 맞춤형 정책에 나설 방침이다.

 국내 다문화를 이루는 외국 국적자의 대부분이 저숙련 근로자, 결혼이민자, 취업을 위해 입국한 재외동포들이기에 이들이 소외계층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시급하다.

 단순히 인력난 해소를 위한 기존의 출입국 및 체류 관리 위주의 이민정책으로는 이들을 우리 사회 공동체의 일원으로 끌어안기 어렵기 때문이다.

 곽재석 한국이주동포정책개발원 원장은 "한국 사회는 단일민족 전통이 있지만 다른 선진국처럼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기에 이제 다문화는 우리 미래의 경쟁력"이라며 "이주민과 외국인 주민의 생애 전체와 관련한 이주정책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법·제도 및 조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기체류 외국인 증가세 속에 청소년기에 진입하는 이들의 1.5세나 2세인 자녀들도 늘어남에 따라 이주 배경을 지닌 다문화 청소년이 겉돌지 않고 잘 정착할 수 있는 제도 및 사회 분위기 개선도 요구된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언어와 문화 적응 문제로 등교를 거부하는 등 학업 성취도 저하와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 난해 1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8.9%인 23만6천여명이 19세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30세 미만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32.8%인 87만명에 달해 장기적으로 차세대를 대상으로 한 다문화정책이 외국인 포용 정책의 근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혁승 온누리지역아동센터장은 "국내출생 국제결혼 가정 자녀, 국외출생 국제결혼 가정 자녀, 국내출생 외국인 가정 자녀, 국외출생 외국인 가정 자녀 등에 따라 언어나 문화·학교생활 적응 등이 다르며 부모의 배경에 따라 체류 상태로 다르므로 유형별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부의 사회통합정책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내국인의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인 시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월드밸류서베이가 지난 2017∼2022년 각국 체류 외국인에 대한 내국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민자나 외국인 노동자를 이웃으로 두고 싶지 않다'는 설문에 한국은 22%가 그렇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독일(3.9%), 영국(4.7%), 미국(8.0%), 캐나다(8.8%) 등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29.1%)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통합 정책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으로 다문화 연구학자인 박성호 동덕여대 교수는 "순혈주의가 강한 한국은 인종과 종교, 경제적 계층화가 복합적으로 결합할 경우 빈곤·소외 계층으로 밀려나는 외국인들로 인해서 심각한 갈등 양상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불평등과 이를 토대로 한 차별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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