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치매 운전자' 갈수록 느는데…사고 예방체계는 허술

목동 깨비시장 돌진사고 운전자 치매 확인돼 우려 재점화
75세 미만에 단기치료만 받으면 수시적성검사 제외…선진국 '조건부 면허' 등 참고 필요

 사상자 13명을 낸 서울 전통시장 자동차 돌진 사고로 치매 운전자의 사고 예방대책에 이목이 쏠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 A(74)씨는 2023년 11월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3개월 동안 치료제를 복용했지만, 처방받은 약이 다 떨어진 뒤로는 치매 관련 진료를 받거나 추가 처방을 받지 않았다.

 경증·중등증 치매 환자 5명 중 1명 이상이 운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A씨도 그랬다.

 A씨는 이번 사고를 내기 전 3년 동안 차를 몰면서 교통사고를 두 번 낸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당시엔 인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는 인지 능력과 판단력뿐 아니라 감각 능력도 저하된다.

 이들의 운전 시 사고 가능성은 건강한 고령 운전자와 비교할 때 2∼5배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보호자들은 치매 환자가 운전은커녕 길가에 나서는 것조차 걱정스럽다.

 치매에 걸린 모친을 돌보는 강미정(58)씨는 "친정어머니가 뒷좌석에 타실 때는 항상 문을 잠근다"며 "운전은 오죽하겠느냐"고 털어놨다.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은 88세 남편과 함께 지내는 A(83)씨는 "일찍이 폐차해서 남편이 운전하지는 않지만, 친구를 만나러 집 밖을 나설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고 했다.

 치매 환자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도로교통법은 치매를 운전면허 결격 사유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유형과 중증도에 따라 치매 환자더라도 충분히 운전할 수 있고, 경증 환자의 경우 면허를 제한할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치매 발병 여부뿐만 아니라 운전 능력도 고려한다.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건 이 지점이다.

 현행 법령은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치매 환자를 운전면허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하고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알려 운전 능력을 재평가받게 한다.

 단기 치료만 받거나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지 않은 경우 치매 진단 사실을 스스로 알리지 않으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75세 이상 운전자는 정기 적성검사를 받을 때 치매안심센터에서 선별검사를 먼저 받아야 하지만, 75세 미만은 선별검사를 받을 의무가 없다.

 74세에 단기 치료만 받은 A씨가 운전면허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전문가들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치매 인구도 지난해 100만명을 넘겼고 2050년에는 300만명을 초과할 전망인 만큼, 치매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코드에 중증도 정보를 추가한 뒤 이 자료를 토대로 적성검사 주기를 맞춤 관리하고, 치매 환자들의 정책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병원비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는 운전면허 제한이 삶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는 인권 차원의 문제"라며 "다른 나라들도 깊게 고민하고 절충선을 찾아 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미국·독일·프랑스·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도 중증도 이상의 치매를 운전면허 취소사유로 본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면허를 유지하지 못한 운전자에게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다.

 조건부 면허는 제한속도가 80㎞ 이하인 도로에서만 주행할 수 있는 면허, 하루 평균 100㎞ 이하 거리만 운전할 수 있는 면허, 급발진 방지 장치를 장착한 차량만 몰 수 있는 면허 등을 가리킨다.

 75세 이상 운전자 적성검사 주기가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 지 5년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치매 운전자 면허 제한 논의를 재점화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경찰 쪽 기류다.

 경찰은 올해부터 운전자가 스스로 운전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가상현실(VR) 자가 진단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교통안전교육을 내실화·의무화하는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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