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아들을 '혼외자'라 부르면 차별인가 아닌가

"아이에게 부정적 낙인찍는 용어" vs. "한부모와 아동보호에 필요"
'가족'에 관한 다층적 개념 충돌…"다양한 삶의 양식 인정하는 태도 확산해야"

  '혼외자'라는 말은 차별인가 아닌가.

 지난달 미혼인 배우 정우성(51)과 모델 문가비(35)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혼외자' 표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일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이 '혼외자'라는 용어를 빈번히 사용하는 행태를 정면으로 지적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김 전 차관은 "(혼외자는) 부모를 중심에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고 아무런 책임도 없는 아이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는 용어"라며 "아이를 중심에 두고 보자. 혼외자가 아니라 그냥 '아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일에는 미혼모협회 '인트리'도 성명을 내고 "비혼모·부 자녀에 대한 편견을 조장할 수 있는 단어 '혼외자' 사용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트리는 "다양성이 존중돼야 하는 사회에서 비혼 출산을 선택한 부모에 대한 편견은 매우 불합리하다"며 "이 편견이 소중한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져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말샘에 따르면 혼외자는 결혼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낳은 자식을 의미한다. 일상 용어인 동시에 법률 용어로서 민법상 '혼인 외 출생자'를 뜻한다.

 '혼외자' 표현에 대한 지적에 누리꾼들은 "생각지도 못한 관점인데 너무 공감된다", "맞는 말. 아이는 죄가 없다" 등 공감한다는 의견을 표했다.

스레드 이용자(ottc**)는 "그냥 '아기', '아들', '딸'이라고 하면 될 텐데 왜 굳이 어려운 말을 써왔을까"라고 호응했다.

"옳은 말인데 편견 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쉽지 않을 듯"(네이버 이용자 orga***) 같은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2021년 발표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에 따르면 '혼외자'는 차별적 용어로 명시됐다.

 당시 여성가족부는 아동의 보편적 권리가 제한되지 않도록 정부 간행물, 대중매체 등에서 해당 표현이 노출되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 및 편견을 드러내는 혐오 표현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속 강조해왔다.

 다만 '혼외자'를 직접 지목하진 않았다.

 인권위는 2021년 '정부 홍보물 혐오 표현 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며 "한부모 가족을 엄마와 자녀 관계로 한정하거나, 3∼4인 가족 이미지를 정상 가족으로 표현해 1∼2인 가족이 배제되는 등 가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 이미지가 지속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혼외·혼중자 구별을 없애는 추세다.

 독일은 비혼 출산이 늘어 1997년 아동권리개혁법을 통해 혼인 내·외 구분을 없앴고, 프랑스도 2005년 민법을 개정해 차별을 해소했다.

 일각에선 정치적 올바름을 명목으로 엄연히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없는 셈 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률·행정적 개념으로서 '혼외자'는 한부모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될 뿐 아니라, 양육의 책임이 주로 여성 한부모에게 지워지는 현실을 드러내는 맥락에서 해당 용어가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관계자는 "법률 용어로서 '혼외자' 자체는 무색투명하다"며 "인지 청구 소송, 양육비 청구 소송 등 이들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누리꾼 sbki***는 "'혼외자'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하면 미혼모, 이복형제, 의붓아버지, 새어머니도 쓰지 말아야 하나"라고 했고, semi***는 "혼외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입법을 위해서라도 그들을 부르는 용어는 필요합니다.

 혼외자가 차별적 용어이고 부모 중심적 사고의 산물이니 그냥 아들로 부르자는 건 무책임한 감성팔이"라고 주장했다.

 한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는 "물리적, 정서적 양육은 하지 않고 양육비만 주겠다는 건 가장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모습을 드러낸다"며 "새로운 가족 형태로 포장할 게 아니라 가장 전통적 형태의 '혼외자'와 '미혼모'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혼외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문제지, 단어 자체가 욕도 아닌데 무슨 문제인지 모르겠다"(jysh***), "기혼자의 가정 파탄 행위가 물타기 된다. 용어는 구분해야 한다"(seno***) 등 의견이 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우리 사회가 가진 다층적인 결혼·출산·양육 관념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인트리 최형숙 대표는 "'마땅히 결혼해야 한다', '마땅히 부모가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 등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편견이 충돌하고 있다"며 "출산했다고 해서 결혼해야 할 의무는 없고, 부모가 함께 키운다고 해서 아이가 마냥 잘 자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 교수도 "제도로서의 가족 관념 논쟁과 관계로서의 가족 관념 논쟁이 혼재된 상황으로 보인다"며 "혼외자인가 아닌가, 누가 키우는 게 좋은가 등을 논쟁한다는 것 자체가 편견이 계속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애를 해야만 친밀도를 쌓을 수 있고, 그렇게 친밀도를 쌓은 사람들만 결혼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만 자녀를 낳아 육아를 할 수 있다는 연계적 사고방식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며 "실상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번 사례의 특수성을 제대로 인지하고 다양한 삶의 양식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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