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신분증으로 술·담배…수능 끝난 고3도 처벌받나?

미성년자도 형사처벌 대상…'신분증 도용·위변조' 불법
신분증·본인 확인 허술하면 업주도 처벌 대상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나면 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수험생들과 달리 음식점·편의점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불안에 떨곤 한다.

 수능이 끝난 일부 고3 학생들이 음주와 흡연 등 일탈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어 자칫 신분증 검사를 소홀히 했다가 행정처분을 받아 생업에 직격탄을 입고 재판에 넘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미성년자가 성인의 신분증을 구한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모바일 신분증이 널리 쓰이기 시작하면서 위·변조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쌍한 업주만 처벌받고 학생들은 빠져나간다", "얼굴이 애매하면 무조건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적지 않다.

 ◇ 미성년자도 신분증 위변조·타인 신분증 제시하면 처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일지라도 이런 '가짜 신분증'을 사용해 술·담배를 구매했다면 처벌받는다.

 올해 수능을 친 2006년생은 대부분 만 17∼18세로 형사상 미성년자(촉법소년)인 만 14세를 지나 엄연한 형사처벌 대상이다.

 19세 미만의 경우 대개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게 되지만 죄질에 따라 형사 기소돼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법정에 서서 재판받을 수도 있다.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사회 초년부터 '빨간 줄'(전과기록)이 남게 된다.

 소년법상 보호관찰 역시 각종 준수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소년원에 보내진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운 처분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혐의가 적용될까?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은 국가가 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발급한 공문서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기간 내에 신청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먼저 타인의 신분증으로 술이나 담배를 구매하면 신분증의 종류에 따라 형법상 공문서 부정 행사죄(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주민등록법 위반(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등에 해당한다.

 만약 이 신분증을 훔치거나 주웠다면 절도 또는 점유 이탈물 횡령 혐의도 추가 적용돼 형이 무거워진다.

 일례로 법원은 지난 8월 보호관찰기간 중 남이 떨어뜨린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이용해 술을 마신 미성년자 2명에게 점유이탈물횡령·주민등록법 위반 등 혐의로 각각 벌금 300만원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해 3월 타인의 주민등록증으로 심야 시간 피시방을 들어가려다 적발된 미성년자는 장기 4개월, 단기 2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만약 자신 또는 타인의 신분증 사진을 바꾸거나 생년월일을 고쳤다면 이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공문서 위변조죄로 징역 10년 이하에 처할 수 있다. 사용하면 마찬가지로 혐의가 추가된다.

 모바일 신분증을 포함해 이런 신분증을 판매하거나 위변조를 도와준 사람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한 소년 전문 변호사는 "전과 여부와 위·변조된 신분증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등에 따라 형량은 갈릴 수 있지만 나이가 어리더라도 중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며 "신분증 위조는 다른 중요 범죄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업주도 확인 게을리하면 처벌…"청소년 음주·흡연 면책 악용" 지적도

 그렇다면 이런 가짜 신분증에 속아 술이나 담배를 판매한 업주는 어떻게 될까.

 청소년 보호법은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류·담배를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며 '청소년 유해 약물 등을 판매·대여·배포하고자 하는 자는 그 상대방의 나이 및 본인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정한다. 즉 구매자의 신분증과 본인 일치 여부 확인을 의무로 두고 있다.

 이를 어겨 청소년에게 주류나 담배를 판매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차 위반 시 영업정지 7일, 2차 위반 시 영업정지 1개월 또는 과징금 등 행정처분도 뒤따른다.

 법원은 업주가 가짜 신분증을 보여준 대상자가 성인인지 여부를 충분히 검증했을 때만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신분증상 생년월일이 성인인지 여부만 확인하는 데에 그치면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판례는 업주가 사진과 실물을 자세히 대조해 동일인 및 성인 여부가 의심되면 주소 또는 주민등록번호를 외워보게 하는 등 추가 확인을 꼼꼼히 거쳤을 때만 무죄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올해 관련 규정이 개정돼 영업자가 신분 확인을 했는데도 청소년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해 속였다는 사실이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다수의 진술 등으로 입증되면 행정처분과 과징금은 면제될 수 있다.

 문제는 실제 주점에서 저녁에 손님이 몰리게 되면 신분증을 철저하게 검사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성인이 먼저 입장해 신분증 검사를 받고, 미성년자가 나중에 몰래 합석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처음부터 음식점 운영자가 나중에 청소년이 합석하리라는 것을 예견할 만한 사정이 있었거나, 청소년이 합석한 후에 이를 인식하면서 추가로 술을 내어 준 경우가 아닌 이상, 합석한 청소년이 상에 남아 있던 술을 일부 마셨다고 하더라도 음식점 운영자가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하는 행위를 했다고 할 수 없다"며 업주의 손을 들어줬다.

 업주로서는 정확하고 꼼꼼한 신분증 검사와 더불어 증거 확보만이 억울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셈이다.

 청소년이 신분증을 도용하거나 위조하지 않고 술·담배를 하는 데 대한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일부 청소년들은 이를 악용해 신분증 검사가 허술한 주점에서 술을 먹고 업주에게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것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하고 무전취식하는 사례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청소년 음주 규제의 문제점 및 개선 방향' 연구보고서에서 "청소년의 위법행위에 대한 면책이 지속된다면 이를 악용해 청소년에게 주류를 공급하면서도 '속았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업주의 행위를 제재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의의 판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감면정책만 마련하거나 시행하는 경우, 판매업자와 청소년이 서로 공모해 판매업자 및 청소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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