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합의' 앱 법적 효력 있나?

'자발적 동의' 입증 어려워 효력 인정 여부 미지수
성폭행 유무죄 따질 땐 '앱상 동의'도 참고 자료 가능

 최근 성폭력 무고 관련 처벌을 피하기 위해 성관계 전 상호 동의를 명시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등장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이 앱에 대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유용할 수 있겠다"라는 반응도 있지만 "억지로 동의하게 하면 어떻게 하나", "법적으로 문제없나"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 '자발적 동의' 입증 어려워 효력 인정 미지수

 지난 7월 출시된 이 앱은 국내 최초로 변호사의 자문을 거쳤다고 홍보하며 유료 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1천회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여기서 스킨십은 '성적인 표현을 사용한 대화 및 신체 접촉 일체를 포괄한다'고 정의했다.

 앱 사용자가 상대의 휴대전화로 합의서를 전송하고, 상대가 인증하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향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다.

 즉 양측이 성관계에 합의했다는 증거를 남겨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과연 이런 상호 간 합의가 성폭행 등 형사 사건에서 법적 효력을 지닐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앱은 성폭행이 아니라는 증거를 남겨놓는다는 의미에서는 유용할 수 있지만 단지 앱을 통해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 법적인 면책을 완벽히 받기는 쉽지 않다.

 우선 형법상 '강간'의 정의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간음하는 행위를 말한다.

 강간죄를 포함하는 상위 개념인 성폭행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무형의 모든 성적 폭력을 뜻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상대방의 의사, 즉 '동의' 여부다.

 동의는 크게 명시적 동의와 묵시적 동의로 나뉜다. 대부분의 이성간 성관계나 신체접촉은 보통 묵시적으로 이뤄진다.

 그 때문에 한쪽은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한쪽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상반된 주장을 할 경우 성범죄로 비화하게 된다.

 이 앱이 제공하는 합의서는 명시적이고 확정적인 동의로 보이지만, 자발적으로 이뤄진 동의가 아닐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효력을 완벽히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대를 협박해 강제로 앱에 동의하게 하거나 몰래 동의 버튼을 누를 수도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동의자의 자유의지 여부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앱은 성관계 동의의 강도나 구체적 상황까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데, 성범죄는 구체적 정황이 중요해 단순한 합의 내용만으로는 법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되기는 쉽지 않다.

 또 성관계에 대한 동의는 개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 철회가 가능하고 관계 중에도 지속적인 동의가 전제된다.

 만약 중도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면, 처음 합의했다는 기록만으로 연속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 성폭행 유무죄 따질 땐 '앱상 동의'도 참고 자료 가능

 설령 성관계 합의가 됐다고 하더라도 앱상의 동의가 법률상 계약으로 인정될 수 있을지도 따져 봐야 한다.

 민법 103조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다.

 한 부장검사는 "일시적인 성관계를 전제로 하는 합의는 선량한 풍속 및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여지가 있어 성립 여부에 대해 법정에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부장판사는 "검찰이 제출하는 증거는 형사소송법에 의해 유죄 입증을 위한 증거능력을 갖춰야 하지만, 피고인이 내는 탄핵 증거는 소송법이 정한 증거능력까지는 필요 없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유무죄를 따질 때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참고 자료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법원은 성폭행 사건에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어떻게 판단할까.

 성폭행은 일반적인 폭행 사건처럼 외상이나 폐쇄회로(CC)TV로 사건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어 양측의 진술과 사건 전후 사정 등이 두루 고려된다.

 법원은 성폭행 사건에서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릴 경우 평소 둘 사이의 관계, 폭행이나 협박의 내용과 경위, 성관계 당시와 이후의 상황 등을 종합해 혐의 성립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이 있을 경우 힘을 실어주며 성 인지 감수성을 중시하는 추세다.  구성요건인 폭행과 협박도 과거보다 넓은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9월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해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일 것을 요구하는 종래의 판례 법리를 폐기한다"며 "상대방의 신체에 대해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해 추행한 경우에 성립한다"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은 지난 7월 성폭행으로 기소된 한 30대 남성에게 유죄를 선고하며 "피해자가 자의로 성관계를 한 것은 아니며 피고인의 기분이 나빠질까 봐 성관계에 응했다고 진술한 점, 피해자는 피고인의 요구를 거부하면 피고인과의 관계가 약화 또는 단절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두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관계에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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