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18만명당 소아외과 전문의 1명"…"전국 44명, 극한직업"

6년 후 10명 정년퇴임하면 30여명만 남을 수도
소아마취·소아안과도 '도미노 위기'…"수가·온콜수당 개선, 소아수술 면책 법제화 필요"

 "전국에서 실제 환자를 진료하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고작 44명입니다.

 그런데, 이 중 10명(22.7%)이 2030년에 정년을 맞습니다.

 소아외과 전문의가 훨씬 더 줄게 되는 미래가 걱정입니다"

 김현영 대한소아외과학회 고시위원장(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외과 교수)은 최근 서울대 어린이병원 지하1층 CJ홀에서 열린 '대한소아청소년외과의사연합 심포지엄'에서 국내 소아외과가 처한 현실을 이같이 토로했다.

 소아외과는 신생아부터 청소년기까지 발생하는 외과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여러 외과 과목 중 하나다. 소아외과가 꼭 필요한 건 성인과 달리 소아청소년기에는 신체적 변화와 생리적 변화, 발달 상태에 따라 개인별 맞춤 진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생아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다양한 선천성 기형과 여러 종류의 양성 종양 및 악성 종양, 소아의 위장관계 및 간담도계에서 발생하는 질병, 골절, 외상 등이 모두 소아외과의 진료 영역이다.

 하지만 이 분야 전문의들은 한목소리로 국내 소아외과가 '고사 위기'라고 말한다.

 이는 소아외과학회가 실시한 '국내 소아외과 의사들의 근무환경' 실태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서 실제로 진료를 보는 65세 이하 소아외과 전문의는 펠로우(전임의) 9명을 제외하고 44명에 불과했다.

 소아외과 전문의 한 명당 소아청소년 18만4천647명을 담당하는 셈이라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이마저도 6년 뒤인 2030년에는 10명이 정년퇴임을 할 예정이라 얼마 남지 않은 소아외과 전문의의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병원별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국내 45개 상급종합병원 중 13곳에 소아외과 전문의가 단 한명도 없으며, 그나마도 59.1%는 수도권에 있다. 강원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제주도에는 소아외과 전문의가 각가 1명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아외과 전문의들의 근무 여건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33명의 소아외과 전문의가 응답한 이번 조사에서 평균 근무 시간은 주당 40~52시간(54.5%), 52~70시간(24.2%) 순으로 많았다. 주당 100시간을 근무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더구나 소아외과 전문의 부족은 퇴근 후에도 응급실이나 소아 중환자실, 소아청소년과 병동에서 오는 긴급한 호출을 대기하는 '온콜' 당직으로 이어진다.

 1개월에 22~31일 동안 온콜을 받아 365일이 거의 '풀 온콜' 상태라는 응답이 42.4%에 달했다. 그렇지만 온콜 대기 수당은 97%(32명)가 "받는 게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일부 병원에서는 한명의 소아외과 교수가 계열 병원 내 두 개의 센터를 번갈아 다니며 중복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도 소아외과 전문의 51.5%는 진료실적과 병원 수입 때문에 압박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다른 분과와 차별을 겪거나 상실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도 48.5%에 달했다.

 김현영 위원장은 "현재 소아외과 전체에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소아외과를 하겠다는 전공의가 더 없을 거라는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후진 양성 문제에 봉착한 소아외과 위기를 타개하려면 체계적인 인력 양성과 합리적인 보상이 균형을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소아 진료 전문성의 가치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아 진료시스템의 붕괴가 비단 소아외과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소아마취다.

 소아 수술에 꼭 필요한 소아마취 전문의가 부족해 소아마취과가 붕괴한다면 결국 소아외과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병건 대한소아마취학회장(고대 구로병원)은 "과도한 당직과 소아 마취의 위험성, 낮은 수가 등으로 소아 마취를 기피하는 데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소아마취 전문의가 성인환자를 보고 당직을 서야 하는 상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마취가 아닌 통증 진료로 개원하는 비율이 10년 새 73.6%나 늘었다는 점은 이런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회가 전공의 4년차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는 마취통증의학 전문의 취득 후 가장 피하고 싶은 분야로 심장마취와 함께 소아마취가 꼽혔다. 앞으로 소아마취 전문의가 급감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학회는 소아마취 분야를 살리려면 수가 개선을 통해 수익이 소아마취 현장에 실제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고, '온콜 수당'의 현실화와 소아마취 수술의 형사처벌을 면책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김진태 교수는 "소아마취를 전문으로 하는 마취과 의사가 마취할 때와 그렇지 않은 마취과 의사가 마취할 때 소아 합병증은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돼 있다"며 "소아 진료 때 아이들의 통증을 조절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잘 사는 나라일수록 어린이 진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소아안과 분야도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다. 충청북도의 경우 소아사시를 수술할 수 있는 소아안과 전문의가 30년 동안 1명에 불과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미영 충북대병원 소아안과 교수는 "30년에 걸쳐 충북지역의 소아사시 환자를 수술하다 보니 몇 년 전에는 수술장에서 쓰러진 적도 있었지만, 수술을 대신할 사람이 없어 그대로 응급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수술료가 더 많이 나오는 다른 수술에 수술방을 내주는 경우가 많아 소아환자 수술이 매년 1년은 밀려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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