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인구전략기획부, 저출생대책 총괄…'예산권한' 확보가 관건

예산·집행권 없는 기존 위원회 조직으론 한계…'실행력 있는' 정책 추진 기대
'저출생 예산 사전심의' 권한 주목…"기재부로부터 예산권한 얼나마 넘겨받는지가 관건"

 정부가 1일 저출생·고령화, 인력·이민 등 인구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를 부총리급 조직으로 신설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추락하는 출산율을 반등시킬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날 인구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개정안을 이달 중 발의해 조속히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경제기획원'처럼 인구부는 저출생 대책을 총지휘하면서 출산율 반등과 인구 성장을 모색한다. 그 성공 여부는 부처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가 지닌 예산 권한을 얼마나 넘겨받을지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 '경제기획원'처럼 출산율 대책, 총체적으로 컨트롤한다

 인구문제를 전담하는 부처를 신설하는 것은 그동안 부처별로 흩어져서 실시되던 저출생 관련 정책을 짜임새 있게 체계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의도다.

 저출산 대응 등 인구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주무 부처이지만, 보건·의료, 국민연금, 건강보험, 복지 등 광범위한 영역을 담당하는 복지부 내에서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전체 정부 부처를 총괄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독립부처가 아닌 행정위원회여서 직접 인구정책을 기획해 집행하거나 예산을 꾸릴 권한이 없었다.

 직원 역시 20여명 수준으로, 그나마 대부분 각 부처에서 파견됐다가 돌아갈 인력이어서 전문성에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인구전담부처의 신설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좀처럼 실현되지 못했고 출산율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추락하기만 했다. 작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다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신설되는 인구부는 특히 부총리급이 수장을 맡게 돼 정부 내에서도 높은 위상을 갖고 저출산 정책에 힘을 줄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최근 저출생 추세로 국가 존립이 우려되는 엄중한 상황을 인식하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출생률 반등에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조직개편의 밑그림을 보면 인구부는 '예산 편성'을 통해 전체 정부의 저출산 관련 사업 총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부는 각 부처의 저출생 사업에 대해 조사·분석·평가하고, 사전에 각 부처 관련 사업에 예산을 배분·조정할 권한을 갖는다.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예산 편성 시 인구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특히 인구부를 '경제기획원'과 유사한 모델로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경제기획원이 국가의 경제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한편 예산 편성 및 집행까지 관리했던 것을 '롤모델'로 삼겠다는 얘기다.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경제기획원처럼 전략과 기획, 조정에서 예산까지 권한을 갖고 저출생 관련 정책의 강력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출산율 반등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복지부가 맡던 출산·아동·노인 정책,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던 일가정양립, 여성가족부의 가족·청소년 등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은 각 부처가 계속 담당하지만, 복지부의 인구정책이나 중장기 전략, 기재부의 인구에 관한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은 앞으로 인구부가 맡는다.

윤석열 대통령, 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 발언

◇ 기재부 보유한 '예산 권한' 얼마나 넘겨받을지 관건

전문가들은 인구부가 타 부처 예산 조정 기능을 갖는 점에 주목하면서 저출생 대책에 있어 개별 예산사업 중심이 아닌, 총체적인 접근법을 가질 것을 제언했다.

이상림 서울대인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예산 즉, 사업 중심으로 방향성을 잡고 있는 듯한데, 그러다 보면 큰 틀의 구조적인 문제를 놓칠 수 있다"며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사업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지방이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청년, 교육개혁, 부동산, 수도권 집중, 일자리, 혁신산업 생태계 구축 등의 문제를 함께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직접적인 인구 정책이 아니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결의 추동력을 갖도록 정책을 복잡하고 정교하게 설계해야 저출산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유재언 가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기재부가 운영하는 인구정책 TF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며 "이런 역할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부처를 둬야 한다는 생각에서 인구부를 만들기로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고 인구의 관점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다만 기재부가 있는 상황에서 인구부가 (타 부처의 예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기재부가 예산 관련 권한을 얼마나 넘겨줄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인구부가 실질적인 부처 지휘 권한을 가지기 위해서는 기재부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예산 권한을 넘겨받아 '현실적인 힘'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못할 경우 저고위의 실패한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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