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음식 아닌 든든한 한끼'…고물가에 몸값 뛴 PB 간편식

대형마트·편의점·이커머스 모든 유통채널서 매출 큰폭 증가
외식물가 상승 반사 효과에 맛·품질 개선으로 이미지 대변신

 30대 직장인 이가혜 씨는 올 한해를 돌아보며 일상생활의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로 외식을 최소화했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외식 횟수가 일주일에 한두 번이었다면 올해는 한 달에 2∼3회꼴이다. 전기료를 포함해 전방위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터라 꼭 필요하지 않은 외식부터 줄이기로 한 것이다.

 대신 대형마트나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에서 즉석식품 또는 가정간편식(HMR)을 구매해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씨는 3일 "맛 좋고 가격도 합리적인 간편식의 선택폭이 넓어져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분기 이래 매 분기 6∼8%대로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는 해당 기간 전체 물가상승률(3∼5%)을 웃도는 수치다.

 이런 추세는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이 공개하는 외식 물가 동향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음식 가운데 1만원으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칼국수(서울 기준 평균 8천962원), 김치찌개 백반(7천846원), 자장면(7천69원), 김밥(3천254원) 등 4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냉면과 비빔밥을 9천원대에 먹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1만원을 훌쩍 넘었다.

 외식 물가 상승은 자연스럽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간편식 수요 증대로 이어졌다.

 특히 품질 대비 가격을 일컫는 '가성비'가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굳어지면서 PB 간편식의 가치가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8일까지 간편식 PB '요리하다' 상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곰탕이나 떡국, 만둣국, 찌개류 등 한 끼 식사로 든든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성 상품에 비해 맛과 품질은 비슷하면서도 가격은 30%가량 저렴하다는 점이 고객들을 유인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 PB인 '노브랜드' 간편식 매출도 약 15% 늘었다. 한 끼 식사 대용인 냉동·냉장 간편식 판매가 25.6% 증가하며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편의점도 예외가 아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 특성에 맞게 다양한 차별화 상품으로 주 소비층인 20∼40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1∼11월 GS25의 PB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0% 증가했다. 올해 1∼3분기 전체 상품 매출이 6.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신장세다.

 이 가운데 '김혜자 도시락'으로 불리는 '혜자로운집밥 도시락'(7종)은 지난 2월 출시 이래 지난달 말 현재 누적 1천79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의 히트 상품에 올랐다. 290일간 1분에 43개씩 팔린 것으로 직접 매출 효과만 1천억원에 육박한다.

 CU에서는 초저가 PB인 '헤이루(HEYROO) 득템 시리즈'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올해 1∼11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무려 168.8% 늘었다.

 2021년 3월 출시된 득템 시리즈는 라면, 피자, 시리얼 등 간편식과 가공식품으로 구성돼있다. 가격이 기성 상품(NB)의 절반에 불과해 편의점 주 고객인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다. 출시 당시 10여개에 불과하던 상품 수도 올해 40여개로 확대됐다.

 세븐일레븐은 다양한 맛집과 협업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에 힘을 주고 있다. 올해 2월 '힙지로'(힙+을지로) 맛집 '촙촙'과 함께 만든 간편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5종의 RMR 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들어 전체 간편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늘었다. 특히 지난 6월 선보인 제주 흑돼지 맛집 '숙성도' 연계 상품은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판매 200만개를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CU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외식 물가 상승으로 '집밥족'이 늘면서 이커머스에서는 PB 식재료가 인기몰이를 하는 가운데 간편식 수요를 잡으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티몬의 신선식품 PB '티프레쉬'는 지난달 한 달간 매출이 전달보다 61% 증가했고 구매자 수도 50% 이상 늘었다.

 티몬 관계자는 "가성비를 갖춘 식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해 집에서 조리해 먹는 수요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티프레쉬는 티몬이 전국의 농어민과 직접 계약해 산지 직송한 29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중간 물류 과정이 빠지면서 가격경쟁력은 물론 신선도를 한층 높인 게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요인이라고 티몬은 설명했다.

 G마켓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 '스마일프레시' 역시 올해 8∼11월 신선식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0% 늘면서 외식 물가 상승의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11번가는 급속히 커지는 간편식 수요에 대응하고자 아예 PB 간편식 제품을 직접 기획해 시장에 내놨다.

 지난 6월 처음으로 냉동 간편식 6종을 출시한 이래 꾸준히 상품 수를 늘려 현재는 50여종을 운영하고 있다.

 매출이 출시 3개월 만에 1억원을 기록할 만큼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11번가 측은 설명했다.

[티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PB 간편식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일차적으로 외식 물가 상승의 반사이익인 측면이 있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이어진 유통업체의 품질 개선 노력도 한몫했다고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제조사 또는 외식 프랜차이즈와 손잡고 고품질의 차별화 제품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으면서 그럭저럭 먹을만한 싸구려 음식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든든한 외식 대용 한 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PB 간편식이 내세우는 가성비는 저렴한 가격보다 높아진 품질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외식 물가 부담에 더해 1인 가구 비율이 지속해 높아지는 추세여서 간편식의 인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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