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아동' 비극 막아줄 출생통보제…"또다른 사각지대 없어야"

수년 간 공전하다 '냉장고 영아 사건' 터지자 뒤늦게 속전속결
"늦었지만 환영"…"병원 밖 출산·외국인 아동 등도 고려해야"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가 오랜 공전 끝에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출생 미신고 '유령아동'의 비극을 막아줄 제도적 장치가 생겼다. 

 전문가와 인권단체 등은 출생신고 누락을 막아줄 출생통보제가 뒤늦게라도 도입된 것을 환영하면서, 병원 밖 출산 등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병원이 출생정보 기록해 심평원에 제출

 태어난 모든 아이가 등록되는 '보편적 출생신고'를 위한 출생통보제는 인권단체 등이 수년 전부터 요구해온 것이었다. 정부도 필요성에 공감해 법무부가 2021년 6월 법안을 발의했지만 진척은 더뎠다.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불과 9일만이다. 관련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진척을 보지 못한 제도가 결국 충격적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이날 통과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기관이 진료기록부 등에 출생정보를 기록해 14일 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심평원은 이를 산모의 관할 지자체에 통보하고 지자체는 출생신고 여부를 확인해 1개월이 지나도록 신고가 되지 않으면 7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통지한 후 이후에도 신고가 되지 않으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했다.

 출생통보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과정엔 행정 부담과 과도한 책임을 우려한 의료계 반대도 영향을 미쳤으나 여러 차례의 협의와 대안 마련 과정에서 의료계와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부인과나 조산원 등은 심평원 전산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출생사실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선 일단 의료기관이 사용하는 전자의무기록(EMR) 내에서 서식 등을 표준화해야 해서 다소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출생통보제 시행(공포 후 1년) 전까지 의료기관의 표준화 작업 등을 지원하며 시스템 준비를 완료할 계획이다.

 ◇ "보편적 출생신고, 늦었지만 환영…신고 누락 막을 것"

 '보편적 출생신고'를 위해 노력해온 인권단체와 미혼모지원단체, 전문가 등은 이제라도 출생통보제가 통과된 것을 환영했다. 동시에 비극이 잇따르는 동안에도 입법을 서두르지 못한 정부와 국회의 책임도 지적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일찍 됐더라면 여러 가지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출생신고를 부모에 떠넘기는 게 아니라 공공기관, 사회에 일부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의사와 심평원, 지자체가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할 시스템이 마련되면 큰 문제 없이 제도가 시행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도 이날 법안 통과 직후 성명을 내고 출생통보제 도입을 환영하며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모든 내국인 아동의 출생 사실이 정부에 통보돼 출생신고가 누락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출생통보제 통과를 환영한다"며 "다만 이번 법안에 의도적으로 출생통보를 하지 않은 의료기관 등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 "병원 밖 출산·외국인 아동, 사각지대에 남지 않도록"

 출생통보제가 담지 못한 사각지대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생통보제가 출산 기록이 남는 것을 원치 않는 산모들의 병원 밖 출산을 늘릴 수 있는 데다 미신고 외국인 영유아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러한 산모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보호출산제'로 보완한다는 방침이지만,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아동의 부모 알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논의가 간단하지는 않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출생통보제는 기본적으로 의료기관이라는 제도권 내에 들어왔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익명 보장제도도 같이 가야 제도권 밖 사각지대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건이 하나 터졌다고 졸속으로 할 수는 없고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아동의 알 권리 보장은 절차적으로 고민하면 된다. 법원 판단 등을 거쳐 아동이 일정 연령이 됐을 때 아동에게 부모를 알려주는 그런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오영나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여러 가치가 충돌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고 다른 나라 입법례를 참고해 세심히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이미 도입 의사를 밝힌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제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감사원이 이번 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발견한 미신고 아동엔 국내 아동 2천여 명 외에 외국인 아동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난민기구는 "출생통보제 논의에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한 부분에는 아쉬움을 표한다"며 "유엔아동권리위원회 등 다른 국제인권기구도 부모의 국적, 체류자격, 비정규 이주 상태 등과 무관하게 국내 출생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가 돼야 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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