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걸리던 항암 면역 치료제 CAR-T, 하루면 만든다"

초기 'T세포 활성화', 외부 배양 등 빼도 항암 효능 강해져
에이즈 바이러스 유래 매개체로 CAR 유전자도 직접 전달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대, 저널 '네이처 생명의학공학'에 논문

 혈액암에 주로 쓰이는 CAR-T는 일종의 항암 면역 치료제다.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 암 종양의 특정 부위를 찾아내 파괴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이때 환자의 T세포 유전체에 이식되는 게 CAR((chimeric antigen receptor), 즉 '키메라 항원 수용체' 유전자다.

 지금까지 CAR-T 치료제를 만드는 덴 보통 9일 내지 14일이 걸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위급한 환자에게 신속히 투여하지 못했고, 치료비 부담도 컸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과학자들이 단 하루 만에 CAR-T 치료제를 생산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펜실베이니아 의대는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 등과 함께 CAR-T 치료법을 처음 개발한 곳이 다.

 과학자들은 기존의 CAR-T 생성 절차를 대폭 줄였는데도 항암 효능은 더 강해졌다고 전했다.

 이 의대 세포 면역치료 센터의 마이클 밀론 병리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생명 의학 공학'(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논문으로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환자에게 주입된 CAR-T세포는 표적 암세포를 찾아내 파괴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환자의 T세포를 분리한 뒤 CAR 유전자 추가 등 외부 가공 절차가 너무 길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혈액에서 장기간 벗어난 T세포는 증식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CAR-T세포의 스스로 증식하는 능력은 항암 효능을 발휘하는 핵심 요소다.

 밀론 교수팀이 CAR-T세포의 효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가공 기간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밀론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연구를 시작했다.

 1차로 표준 생성 기간을 사흘로 줄였고 이번에 다시 '24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CAR-T세포의 효능을 결정하는 건 양(量)이 아니라 질(質)이라는 걸 확인했다.

 비록 수는 작더라도 환자에게 주입한 뒤 스스로 증식하는 T세포가, 증식 능력이 손상돼 대폭 개체 수를 늘려 주입해야 하는 T세포보다 낫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입 후 더 많은 증식을 유도하려면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를 처음부터 활성화하는 단계를 거처야 했다.

 연구팀은 T세포 유전체에 CAR 유전자를 심는 데 렌티 바이러스 매개체(lentiviral vector)를 이용했다.

 에이즈 바이러스(HIV)에서 유래한 이 바이러스 매개체를 쓰면 '초기 활성화' 단계를 건너뛰어도 T세포에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분리한 T세포를 밖에서 배양하는 과정도 생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유전자 전달 효율성이 낮은 게 문제였다.

 연구팀은 자연 상태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T세포에 감염하는 메커니즘을 연구해 해결의 열쇠를 찾았다.

 혈액에서 분리한 뒤 활성화 단계를 거치지 않은 T세포에 CAR 유전자를 직접 전달하는 기술은 이렇게 개발됐다.

 이 기술을 쓰면 CAR-T세포 생성 절차를 가속하면서 항암 효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고, 투여 과정에서 암 환자가 에이즈에 걸리는 일도 생기지 않았다.

 원래 유전자를 조작해 CAR-T세포를 만드는 덴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암 환자에게 투여될 CAR-T 치료제 하나하나가 개인 맞춤형으로 생산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그런 의미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면서 치료 비용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암의 진행이 빨라 기존의 방법으론 CAR-T 치료를 받기 어려운 암 환자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사바 가세미 연구 조교수는 "집중 시설의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제반 자원이 열악한 환자 거주지 근처의 시설에서도 CAR-T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그 전제 조건을 맞추기 위해 신기술의 절차 단순화와 재현 일관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펜실베이니아 의대는 노바티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등과 함께 CAR-T 치료제 개발을 주도했다.

 실험 CAR-T 치료제 '킴리아'(Kymriah)는 2017년 소아ㆍ청소년의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ALL)에 대해 최초로 미국 FDA(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았다.

 킴리아는 그 이듬해 특정 유형의 림프종에 대해서도 FDA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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