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을 암 수술에 이용? 종양 경계 보여주는 분자 센서 개발

콜라겐 결합에 관여하는 산화 효소, '다중성분' 형광 분자로 포착
취리히 연방 공대 연구진,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에 논문

 암 절제 수술을 하는 의사는 암 종양이 어디까지 퍼졌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정상 조직과의 경계를 명확히 확인해 암만 완전히 제거하는 건 상당히 까다롭다.

 이런 수술을 할 때 암과 정상 조직의 경계를 선명히 보여주는 형광 분자 센서가 개발됐다.

 암 종양이 성장할 때 생성량이 늘어나는 콜라겐(collagen) 분자가 산화 사이트의 상호 반응을 통해 결합하는 특성에 착안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대(ETH Zurich) 유기화학 연구소의 헬마 베네메르스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5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다양한 결합조직의 세포 밖 공간을 채우는 콜라겐은 인체 내에서 가장 풍부한 단백질이다.

 피부, 힘줄, 연골, 뼈 등 결합 조직의 구조를 갖추는 데는 안정된 섬유소가 필요한데 이런 섬유소를 형성하는 단백질과 단일 섬유성 가닥의 약 3분의 1이 콜라겐이다.

 우리 몸에 상처가 나면 이를 치유하기 위해 콜라겐 생성량이 늘어난다. 이는 암 종양이 성장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섬유성 콜라겐 분자가 서로 교차 결합해 안정된 섬유소를 형성하려면 콜라겐 분자의 특정한 사이트를 산화하는 LOX 효소가 필요하다.

 LOX의 산화 작용으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킨 이들 사이트가 서로 반응해야 콜라겐 가닥들이 연결될 수 있다.

 이번에 ETH 취리히 연구팀이 개발한 분자 센서는 바로 이 LOX 효소와 반응해 빛을 낸다.

LOX 효소의 활성화를 알려주는 일종의 분자 표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과학자들은 이 분자 센서에 콜라겐과 유사한 짧은 섬유성 펩타이드를 붙인 뒤 산화 콜라겐에만 작용하는 반응성 그룹(reactive group)과 쌍을 이루게 했다.

 생쥐 모델의 피부에 이 다중성분(multi-component) 분자 센서를 주입했더니 새로운 조직이 형성되는 부위의 콜라겐 섬유소에 닻을 내린 뒤 새 조직의 성장과 LOX 효소의 형성에 맞춰 빛을 발했다.

 연구팀은 암 종양이 성장할 때 주로 가장자리에서 새로운 조직이 형성되는 것에 주목했다.

 암 종양의 경계선을 확인하는 생체 검사에 이 센서를 쓸 수 있다는 발상도 여기서 나왔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베네메르스 교수는 "앞으론 외과의가 종양 제거 수술을 할 때 이 분자 센서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암 종양의 경계를 직접 보면서 수술하면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어려운 상처 치료도 이 센서의 잠재적 활용이 가능한 분야로 꼽힌다.

 특히 당뇨병 등의 질환으로 상처가 잘 낫지 않는 환자나 일반 환자의 조직 재생을 검사하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취리히 연방 공대가 참여하는 학제 간 피부 연구 프로젝트 '스킨테그러티(Skintegrity)'의 틀 안에서 제반 문제들을 검토 중이다.

 여기엔 이 분자 센서의 특허 출원, 적용 범위의 확대, 다양한 상용화 옵션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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