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의 신장 섬유증 원인은 텔로미어(반복된 염기서열의 DNA) 단축"

짧아진 텔로미어, 신장 EMT 유전자 발현에 변화 촉발
스페인 국립 암연구센터, 저널 '네이처 노화'에 논문

 신부전(renal failure)은 인구 고령화로 급증세를 보이는 질환 중 하나다.

 대략 만 65세 이상 인구의 11%가 만성 신부전일 거로 추정된다.

 그러나 신부전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어, 증상이 심해지면 신장 투석(透析·dialysis)을 계속해야 한다.

 이런 신부전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이 신장 섬유증이다. 그래서 신장 섬유증은 신부전의 유력한 예측 지표로 꼽힌다.

 염색체 말단을 싸고 있는 텔로미어(반복된 염기서열의 DNA 조각)가 짧아지는 게 신장 섬유증의 근인(根因)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텔로미어는 세포 분열 시 염색체 말단의 손상과 염색체 간의 비정상 결합을 막는 역할을 하는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진다.

 그러다가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져 염색제를 보호할 수 없게 되면 세포 분열이 중단되고 노화가 진행된다.

 이 연구를 수행한 스페인 국립 암 연구 센터(CNIO)의 마리아 블라스코 박사 연구팀은 1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노화(Nature Aging)'에 관련 논문을 제출했다.

 블라스코 박사는 CNIO의 '텔로미어 앤드 텔로메라아제 연구 그룹(Telomeres and Telomerase Group)' 책임자다.

 블라스코 박사팀은 앞서 생쥐 모델의 텔로미어 길이를 늘여 폐섬유증과 심근 경색을 치료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연구팀은 이번에 텔로미어 단축이 신장 섬유증을 일으키는 기전으로 '상피 간엽 전이(EMT)'를 지목했다.

 다시 말해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신장의 EMT가 나빠져 섬유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EMT는 'epithelial-to-mesenchymal transition'의 약자로 인체 조직의 재생과 복구에 관여하는 생물학적 기초 과정을 말한다.

 블라스코 박사는 "텔로미어의 단축을 EMT와 연관 지은 건 처음"이라면서 "EMT와 관련 유전자는 암과도 관련돼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EMT 관련 유전자가 과도히 발현하면 신장 섬유증이 생긴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졌다. 신장 섬유증 환자의 텔로미어가 일반인보다 짧다는 보고도 나왔다.

 그런데 블라스코 박사팀은 텔로미어가 짧아지고 신장 섬유증도 생긴 생쥐 모델에 실험해, 짧아진 텔로미어가 EMT 관련 유전자의 발현 패턴에 변화를 촉발한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텔로미어가 짧아진다고 해서 모두 신장 섬유증이 생기는 건 아니다.

 연구팀이 생쥐 모델에 실험한 결과, 텔로미어가 짧아진 상태에서 저 용량의 신장 독소에 노출되면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신장 섬유증을 일으켰다.

 텔로미어와 폐섬유증의 인과관계는 다른 실험에서도 거듭해 확인됐다.

 예컨대 Trf1 단백질이 결핍된 생쥐는 폐섬유증이 생겼다. Trf1은 텔로미어가 제 기능을 하는 데 필수적이다.

 배양한 신장 세포에 텔로메라아제 효소 유전자를 강하게 발현시켜 짧아진 텔로미어 길이를 다시 늘이자, 고장 났던 EMT 과정이 정상화되고 폐섬유증도 사라졌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사리타 사라스와티 연구원은 "섬유증이 암과도 깊이 연관돼 있다는 걸 고려하면, 신장 섬유증의 기원과 짧아진 텔로미어 사이의 연결 고리를 확인한 건 의미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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