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증 환자, 장기 면역력 오히려 떨어진다

'기억 T세포' 소진→장기 면역 형성 방해
백신의 기본 원리에도 배치…저널 '네이처 면역력' 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 중 하나는 감염 후에 생기는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가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LJI) 과학자들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을 가볍게 앓은 사람보다 심하게 앓은 사람에게 더 강한 장기 면역력이 생긴다는 것이 요지다.

 이는 가볍게 앓고 면역력을 획득해 중증 감염증을 예방한다는 적응 면역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도 이런 원리에 따라 개발된 것이다.

 LJI의 판두란간 비자야난드 박사 연구팀은 25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면역학(Science Immunology)'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엔 영국의 리버풀대와 사우샘프턴대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LJI 연구팀은 코로나19 팬더믹 초기부터 어떤 항체와 T세포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 중요한지 조사해 왔다.

 유전체학 전문가인 비자야난드 박사는 지난해 10월 CD4+ T세포가 신종 코로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상세히 관찰한 결과를 처음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선 단일 세포 전사체학 분석 기술로 CD8+ T세포 8만여 개의 유전자 발현을 확인했다.

 이들 T세포는 코로나19 환자 39명의 혈액 샘플과 팬데믹 이전에 기증된 일반인 혈액에서 분리됐다.

 이 중 코로나19 환자의 위중도는 경증 17명, 입원 치료 13명, 입원 후 응급실 치료 9명이었다.

 CD8+ T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숙주세포를 파괴한다.

 특히 '기억 CD8+ T세포'(Memory CD8+ T cell)는 바이러스의 재감염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놀랍게도 CD8+ T세포의 반응은 경증 환자에게서 약하고, 입원 치료를 받은 중증 환자에게서 강했다.

 경증 환자의 CD8+ T세포는 이른바 'T세포 소진'(T cell exhaustion)의 분자적 징후를 보였다.

 이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T세포에 과도한 면역계 자극이 가해져 T세포의 기능이 오히려 떨어지는 걸 말한다.

 연구팀은 이런 T세포 소진이 경증 코로나19 환자의 장기 면역 형성을 방해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자야난드 박사는 "코로나19를 심하게 앓고 나면 기억 T세포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경증 환자도 기억 T세포를 가졌지만, T세포 소진 때문에 충분히 제 기능을 못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혈액 샘플에서 분리한 CD8+ T세포만 실험한 게 이번 연구의 한계라는 걸 인정했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의 공격이 집중되는 폐 등의 조직에서 CD8+ T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확인하기로 했다.

 장기 면역을 형성하는 기억 T세포는 폐처럼 많이 공격받는 조직에 발현하는 게 더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아울러 코로나19에 걸린 암 환자의 CD8+ T세포 반응도, 단일 세포 유전체 분석 기술로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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