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 DNA', 하루 24시간 맞춰진 생체시계 조절"

비번역 마이크로 RNA 망(網), 유전체 전반서 작동
miR 3종 클러스터도 발견…미 국립과학원회보 논문

 우리 몸의 모든 세포는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분자시계(molecular circadian clocks)'를 갖고 있다.

 비행기 여행을 하고 나서 시차증(jet lag)을 겪는 것도 하루 24시간 주기로 맞춰진 생체시계에 혼란이 생기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암,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생체시계의 작동 원리를 연구해 왔다.

 지금까지 이런 연구의 초점은 이른바 '시계 유전자(clock genes)'에 맞춰졌다.

 시계 유전자의 코드로 생성되는 단백질은, 생리작용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일정한 생체 주기에 맞춘다.

 그런데 비번역 뉴클레오타이드인 마이크로 RNA(miRNA)가 유전체 전반에서 생체시계 제어에 핵심 역할을 한다는 걸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의대 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스티브 케이 신경학 생체공학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번 연구 결과는 5일(현지시간)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실렸다.

 케이 교수는 "질병에서 시계 유전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종종 봤지만, 다른 비정규 유전자 네트워크가 생체리듬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건 전혀 몰랐다"라면서 "이건 비번역 마이크로 RNA가 쥐고 흔드는 완전히 미친 세상(crazy world)"이라고 강조했다.

 짧은 단일 가닥 RNA 분자로 이뤄진 마이크로 RNA는 한때 '정크 DNA(junk DNA'로 불렸다. 과학자들은 이 RNA 분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 마이크로 RNA는 훨씬 더 많이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진핵생물 또는 바이러스의 DNA에서 코딩된 전령RNA(mRMA)와 결합해, 단백질 생성 억제 등 전사 후 유전자 발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약 1천 종의 마이크로 RNA 가운데 어떤 것들이 생체시계에 관여하는지 밝혀낸 게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다.

 케이 교수팀은 노바티스 연구재단(GNF)의 유전체 연구소와 제휴해 고성능 유전자 검색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이 생체리듬과 연관된 것으로 추려낸 마이크로 RNA는 약 110~120개 유형이다.

 연구팀은 '노킹 아웃((knocking out)' 기술로 이들 마이크로 RNA의 발현을 교대로 차단하면서 생체시계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특정 마이크로 RNA를 '노킹 아웃' 하는 것과 다시 집어넣는 건 세포의 생체 리듬에 서로 반대되는 효과를 냈다.

 연구팀은 하나의 클러스터(무리)로 작동하는 마이크로 RNA 3종도 발견했다.

 이들 3종(miR 183/96/182)을 비활성화한 생쥐 모델은 어두운 곳에서 '휠 러닝(wheel-running·쳇바퀴 달리기)' 행동을 잘하지 못했다.

 생쥐의 뇌, 각막, 폐 조직 등의 세포에서 이들 마이크로 RNA 3종의 발현을 억제하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생체리듬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마이크로 RNA의 생체시계 조절 방식에 조직 특이성이 있다는 걸 시사한다.

 케이 교수는 "생체시계와 관련해 뇌에선 알츠하이머병, 폐에선 천식 같은 질병을 주목하고 있다"라면서 "특정 질병이 생긴 동물 모델과 세포 모델을 개발해, 이들 마이크로 RNA 3종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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