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세포의 에너지 생성 경로 망가뜨린다

유전자 '온·오프' 체계 교란→ 심장·신장 등 세포 파괴
장기 효과 내는 후성유전 변이도… 미 임상연구학회 저널에 논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폐뿐 아니라 심장, 신장, 지라 등 다른 주요 신체 기관도 심하게 손상한다.

 신종 코로나가 어떻게 이런 기관을 공격하는지 세포 생물학적 기제를 규명한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신종 코로나는 관련 유전자의 '온·오프' 체계를 일시적으로 변경해 세포의 에너지를 생성하는 분자 경로를 망가뜨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관련 유전자들에 후성유전 변이를 일으켜 유전자의 발현 교란 효과가 장기간 지속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중에는 바이러스를 퇴치한 후에도 수주부터 수개월까지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 사례가 종종 있는데 그 원인이 이런 후성유전 변이에 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의대의 아준 데브 발달 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최근 미국 임상연구학회 저널 'JCI Insight'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이번에 신종 코로나 생체 실험에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생쥐 모델을 개발했다.

 생쥐는 인간 질병의 기초 연구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생쥐와 같은 동물 모델에 인간의 질병 조건을 그대로 옮겨 놓는 건 아주 까다롭다.

 예컨대 신종 코로나가 숙주세포에 들어가려면 세포 표면의 ACE2 수용체와 결합해야 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는 생쥐의 ACE2를 알아보지 못해, 건강한 생쥐는 신종 코로나에 노출돼도 감염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생쥐 혈관의 미토콘드리아 네트워크(녹색)

 지금까지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방법을 연구해 온 과학자들은 대부분 생쥐의 폐 세포에 인간의 ACE2가 생기게 유전자를 조작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선 폐보다 다른 기관에 감염증이 나타난 코로나19 환자의 예후가 더 자주 악화하곤 한다.

 그래서 데브 교수팀은 심장 등 다른 주요 기관의 세포에 인간의 ACE2가 생성되게 하고 신종 코로나에 노출했다.

 실험 결과 이렇게 유전자를 조작한 생쥐는 감염 7일 이내에 모두 먹기를 중단했고, 활동성이 완전히 떨어졌으며, 체중도 평균 20%가량 줄었다.

 유전자만 조작하고 바이러스엔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은 몸무게가 거의 줄지 않았다.

 유전자를 조작한 신종 코로나 감염 생쥐는 또한 면역세포의 수위 변화, 심장의 부기(浮氣), 비장 쇠약 등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증상을 똑같이 보였다.

 게다가 'TCA 순환 과정(tricarboxylic acid cycle)'과 전자 전달 연쇄계(electron transport chain)를 통해 세포의 에너지 생성을 돕는 분자 경로가, 폐뿐 아니라 심장, 신장, 지라 등에서도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는 세포의 에너지 생성과 관련된 유전자들의 온·오프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런 효과가 장기간 나타나게 하는 DNA 구조의 화학적 변화, 즉 후성유전 변이를 유발했다.

 TCA 순환 과정은 생물의 가장 일반적인 세포 물질대사 경로로 꼽힌다.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 등의 대사 산물이 피루브산으로 변해 이 경로에서 연소되면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물과 이산화탄소가 남는다.

 데브 교수는 "인체 내 여러 기관의 에너지 생성 경로를 신종 코로나가 망가뜨린다면 매우 심각한 파괴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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