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연구진 "적혈구에 실어나른 약물로 폐 전이암 치료"

케모카인 나노입자, 적혈구와 결합해 혈액 잔존 기간 늘려
종양 성장 억제+재발 차단 효과… '네이처 생의학 공학'에 논문

 폐는 전이암이 가장 많이 생기는 부위로 꼽힌다.

 원발 암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을 타고 몸 안을 돌던 암세포 무리는 허파꽈리(air sacs)를 둘러싼 미세혈관에 걸려 뿌리를 내리곤 한다.

 허파꽈리의 미세혈관은, 산소가 적혈구에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복잡하게 갈라진 구조로 돼 있다.

 다른 부위에서 옮겨온 암세포가 일단 폐에 터를 잡으면 다양한 화학신호를 내보내 인체의 면역 반응 유도를 방해한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적혈구를 이용해 면역세포 유도 물질을 직접 폐 전이암에 투입하는 획기적인 약물 전달법을 개발했다.

 'EASI(적혈구 고정 조직 면역치료)'로 명명된 이 치료법은 동물 실험에서 유방에서 폐로 전이된 종양의 성장을 멈추게 할 뿐 아니라, 암의 재발을 막는 백신 작용도 유도했다.

 이 연구는 하버드대 부설 와이스 생체모방(Biologically Inspired) 공학 연구소와 존 A 폴슨 공학 응용과학 대학의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생의학 공학(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최근 실렸다.

 18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와이스 연구소의 샤미르 미트라고트리 교수 연구팀은 최근 약물을 채운 나노입자를 적혈구에 붙여 목표 부위에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해 EASI라는 이름을 붙였다.

 약물을 담은 나노 입자를 적혈구에 붙임으로써 간이나 지라의 혈액 여과를 피하게 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나노 입자가 혈액 안에서 충분히 오래 견딜 뿐 아니라, 과잉 투여에 따른 약물 독성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화학 치료제 대신 폐 전이암에 쓸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CXCL 10이라는 케모카인(chemokine), 즉 백혈구 유도 저분자 단백질로 실험을 진행했다.

 폐 전이암은 주변 환경에서 이런 케모카인을 제거해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백혈구 유인 신호를 미리 차단한다.

 연구팀은 '이뮤노베이트(ImmunoBait)'로 명명한 CXCL10 나노입자를, 폐 전이 유방암을 가진 생쥐의 적혈구에 붙여 수혈했다.

 연구팀은 폐 혈관 세포(ICAM-1) 단백질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진 항체로 이뮤노베이트의 표면을 처리했다.

 이렇게 보강된 이뮤노베이트는 EASI 투여 후 6시간까지 생쥐의 폐에 머물면서 암 조직의 내부와 주변에 퍼졌고, 72시간까지 강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CXCL10을 EASI로 투여한 이후 Th1(1형 도움 T세포) CD4 세포와 주효성 CD8 세포, NK세포 등의 종양 침윤이 증가한 걸 관찰할 수 있었다.

 Th1 CD4 세포는 종양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 염증성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NK세포는 암세포를 직접 살상한다.

조혈모세포의 현미경 이미지

 실제로 적혈구를 이용하는 EASI로 이뮤노베이트를 전달하면, 폐 전이암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그냥 CXCL1O을 투여했을 때보다 4배, 이뮤노베이트 형태로 투여했을 때보단 6배 강해졌다.

 EASI 치료 후 37일이 지나자 생쥐 한 마리당 전이 혹(metastatic nodule)이 20개 이하로 줄었고, 단 한 개의 혹만 남은 생쥐도 25%에 달했다.

 다른 치료법을 쓴 생쥐의 경우 적게는 2개, 많게는 100개의 혹이 남았다.

 또한 EASI 치료를 받은 생쥐의 25%는 40일간 살아남았지만, 다른 치료를 받은 생쥐는 20일 안에 모두 죽었다.

 EASI 치료를 받은 생쥐는 혈액의 기억 CD8 세포 수도 증가했다. 이 세포는 장기간 남아 있다가 면역성을 저해하는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면 경보를 울린다.

 연구팀은 폐 전이암에 EASI 치료를 하면 전신에 종양 발달 억제 면역이 생긴다는 것도 확인했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미트라고트리 박사는 "우리 팀의 EASI 시스템을 쓰면 암 전이에 따른 생물학적 난관을, 독특한 전이암 치료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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