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당뇨의 '코로나 역설', 박테리아에서 해답 찾았다

바이러스와 염증 자극 물질 상호작용→급성 호흡곤란 유발
비만·당뇨 환자의 만성 염증 '주목'…미 UTSW 연구진 논문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폐 질환에 걸려도 비교적 쉽게 회복한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반대다. 오히려 비만과 2형 당뇨병이 병증을 악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왜 이런 역설적인 일이 벌어지는지를 규명한 시의적절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박테리아였다.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염증 자극 물질이 상승 작용을 일으켜 환자에게 심각한 호흡 곤란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런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입원 치료 도중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사례가 많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메디컬 센터(UCSW)의 필립 쉬러 내과 교수팀은 이런 요지의 리뷰 논문을 16일(현지시간) 저널 '이라이프(eLife)'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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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은 지금까지 보고된 사례를 중심으로, 비만 또는 당뇨병과 중증 코로나19 사이의 '요인-질병' 경로를 살펴봤다.

 이 경로에 작용하는 기제는 크게 두 개 그룹으로 분류됐다.

 하나는 ACE2 수용체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의 박테리아 환경과 코로나19 사이에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우리 몸 안의 많은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ACE2는 수액의 양, 혈압, 혈관 기능 등의 제어에 관여하는 효소 단백질이다.

 '앤지오텐신 전환 효소 2'라는 뜻을 가진 ACE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들어갈 때 결합하는 수용체이기도 하다.

 이런 접근에서 제기되는 이론 중 하나는,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환자의 몸에서 ACE2가 증가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이 쉬워져 바이러스의 폭발적 증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호흡 곤란과 같은 폐 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은 인체 내, 특히 장의 미생물이다.

 인체 내에 존재하는 박테리아 수는 100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세포 수보다 많은 것이다.

 비만이나 당뇨병이 있는 사람은, 이런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염증 유발 물질의 영향으로 여러 조직에 낮은 강도의 지속적인 염증을 동반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신장의 ACE2 수용체(갈색)

 코로나19를 중증으로 몰고 가는 핵심 요인으론 박테리아가 생성하는 리포다당류(LPS)를 지목했다.

 이 다당류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상호작용하면 급성 호흡곤란을 일으킨다는 게 돼지 실험에서 확인됐다.

 인체에 침입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LPS의 도움을 받으면 건강한 폐에 '반흔 조직(scarred tissue)'을 만들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많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폐에서 유사한 상처 조직이 관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충분히 증식하면 ACE2가 부족해질 수 있는데 비만이나 당뇨병 환자는 이런 상황에 특히 위험하다고 한다.

 ACE2의 결핍이 장벽 기능을 손상해, 독소와 함께 장을 빠져나간 박테리아가 혈류를 타고 폐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에서 유출된 박테리아와 독소가 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만나면, 박테리아와 독소가 단독으로 작용할 때보다 훨씬 더 심한 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쉬러 교수는 "박테리아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동시 감염이 사이토카인 폭풍을 일으킨다는 것도 실험으로 입증됐는데 이는 우리 이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면서 "고령 심장병 환자가 중증 코로나19의 고위험군이라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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