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위험 유전자의 '혈뇌장벽' 손상 경로 확인

APOE4 유전자형, 혈관주위세포 자극해 아밀로이드 응집 유도
미 MIT 연구진, 저널 '네이처 의학'에 논문

 거의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CAA)'이 생긴다.

 뇌혈관 벽에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여 혈뇌 장벽(BBB)의 기능을 훼손하는 질환이다. 혈뇌 장벽은 뇌의 영양분 흡수, 노폐물 배출, 병원체 차단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인성 치매의 주요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은 APOE4(아포지질단백 4)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이 많이 걸린다.

 국내 연구에선 이 유전자형이 1개 있을 때 없는 사람의 2.7배, 2개 있을 땐 17.4배로 발병 위험이 커진다고 보고됐다.

 APOE4는 APOE의 변형인데 APOE4가 생길 확률은 약 25%다. 네 명 중 한 명꼴은 알츠하이머병의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인 위험 인자로 꼽히는 APOE4 유전자형이 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을 촉발하는 분자 경로와 여기에 관여하는 특정 혈관 세포를 미국 MIT(매사추세츠 공대)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알츠하이머병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는 건 이미 알려졌으나, 변형 유전자가 관여하는 발병 경로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POE4 유전자가 있으면, 혈관주위세포(pericytes)가 APOE 단백질을 과다하게 생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늘어난 APOE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응집을 유도했다.

 혈관주위세포는 또한 특정 분자 경로(calcineurin/NFAT)의 활성도를 높여 APOE 유전자가 더 활발히 발현하게 자극했다.

 MIT 피카우어 학습·기억 연구소의 차이 리-후에이(Li-Huei Tsai) 신경과학 교수팀은 8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의학(Nature Medicin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차이 교수는 이 연구소의 현직 소장이자 이 논문의 수석저자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조엘 블랜차드 박사후연구원은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고위험군 내에 발현 양상이 다른 유전적 경로가 존재한다는 걸 밝혀냈다"라면서 "이를 토대로 알츠하이머가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이 경로를 되돌리는 약물도 찾아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혈뇌 장벽을 구성하는 세 가지 유형의 세포, 즉 뇌 내피세포·성상교세포·혈관주위세포를 배양했다.

 그런 다음, 이들 세포를 여러 가지 조합으로 뒤섞어 만든 8개 BBB 모델에 실험해, 변이형인 APOE4 유전자와 더 전형에 가까운 APOE3 유전자가 어떻게 다른지 실험했다.

 APOE4 유전자 또는 APOE3 유전자를 가진 이들 BBB 모델을 한 달간 배양한 뒤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풍부한 배지(culture media)에 노출했더니 혈관주위세포와 유사하고 APOE4 유전자를 가진 '벽 세포(mural cells)'만 과도한 아밀로이드를 축적했다.

 이를 APOE3 유전자를 가진 벽 세포로 바꾸면 아밀로이드 축적이 다시 줄었다. 이는 뇌 아밀로이드 맥관병증 같은 질환에 혈관주위세포가 관여한다는 걸 명백히 보여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어 알츠하이머병이 심하게 손상하는 전전두 피질과 해마의 맥관 구조 샘플을 관찰해, APOE4를 가진 환자가 APOE3를 가진 피험자보다 맥관 구조, 특히 혈관주위세포의 유전자 발현도가 높다는 걸 재차 확인했다.

 이 발견이 논문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한다. APOE 유전자의 발현도가 세포 유형에 따라 다르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면역 거부반응 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 A와 FK506을 생쥐에 투여해, 혈관주위세포와 유사한 벽 세포의 APOE 발현이 억제되고, APOE4가 매개하는 BBB 모델의 아밀로이드 축적이 줄어든다는 걸 알아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들 약의 부작용이 심하다는 걸 고려해 CAA에 곧바로 적용하는 건 제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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