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혈류량 늘리는 '신경혈관 접합' 메커니즘 발견"

뇌 동맥 내피의 '지질 거품', 혈관 팽창 제어에 관여

 인간의 뇌는 식욕이 매우 왕성한 기관이다.

 성인의 뇌 무게는 약 1.4㎏(3파운드))에 불과하지만, 몸 전체가 쓰는 에너지의 5분의 1을 혼자서 소진한다.

 뇌는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없고, 뇌의 에너지 수요는 신경 활동에 따라 들쭉날쭉하다. 뇌가 산소와 영양분이 든 혈액을 심혈관계로부터 끊임없이 공급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갑자기 신경 활동이 증가한 뇌의 특정 영역에 신속히 혈류 공급을 늘리려면 '신경혈관 접합(neurovascular coupling)'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신경혈관 접합은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법) 등 영상 진단의 기술적 토대이기도 하다. 고혈압, 당뇨병, 알츠하이머병 등에 걸린 환자는 '신경혈관 접합'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

 미국 하버드의대(HMS) 연구진이, 뇌와 혈관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신경혈관 접합 과정을 제어하는 메커니즘을 동물 실험에서 밝혀냈다. 관련 논문은 19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하버드의대가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발견은 각종 뇌 신경 질환에 신경혈관 접합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규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뇌 동맥이 신경혈관 접합 과정을 조절할 때 특정 단백질(Mfsd2a)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알아냈다. 지금까지 이 단백질은 뇌의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 제어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이전의 생쥐 실험에서, Mfsd2a 단백질이 혈뇌 장벽의 외부 불순물 차단에 꼭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

 신호 분자가 포함된 지질 거품인 '소포(小胞·caveolae)가 뇌의 모세혈관 내피에 형성되지 못하게 억제하는 게 바로 Mfsd2a 단백질이다.

 그러나 폐를 거쳐 영양분이 풍부해진 혈액이 통과하는 뇌 동맥은 Mfsd2a 단백질의 결핍으로 다량의 지질 거품이 생겼다.

 이 지질 거품이 신경혈관 접합에서 핵심적 작용을 한다는 게 이번 연구에서 밝혀졌다.

 유전자를 조작해 지질 거품이 결핍되게 만든 생쥐는, 외부 자극으로 신경 활동이 늘어나도 혈액 유입량이 감소하고, 동맥이 팽창하는 정도도 축소됐다. 이는 신경혈관 접합에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또한 Mfsd2a 단백질이 동맥 내피세포에 발현하게 조작해, 지질 거품의 형성을 차단해도 신경혈관 접합은 심각한 저해를 받았다.

 이번 연구에선 뇌 동맥 내피세포의 특이한 역할도 확인됐다.

 신경 활동은 뇌 동맥을 둘러싼 민무늬근 세포(smooth-muscle cell)를 이완해, 혈관의 팽창과 혈류량 증가를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뇌 동맥 내피세포의 지질 거품이, 뉴런(신경세포)에서 민무늬근 세포로 보내는 이완 신호를 중계해 신경혈관 접합이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 동맥 내피에 형성되는 지질 거품이 기존의 '질소 산화물 신호'와 별개로 혈관 팽창에 관여한다는 것도 중요한 발견으로 평가된다.

 질소 산화물 신호는 심부전(니트로글리세린), 발기 부전(실데나필) 등의 치료 표적으로 널리 알려진 혈관 팽창 제어 경로다. 예를 들면 발기부전 치료에 쓰이는 비아그라는 실데나필을 주성분으로 한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HMC 블라바트닉 연구소의 구 청 화(Chenghua Gu) 신경생물학 교수는 "신경혈관 접합에 관여하는 메커니즘을, 분자와 세포는 물론 세포 이하의 구성요소까지 분명히 이해하게 됐다"라면서 "알츠하이머병 등에 나타나는 신경혈관 접합 이상을 분석해, 이게 질병의 결과인지 아니면 원인인지도 결정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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