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치매 머니'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시행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상자 확대와 후견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27일 제언했다.
정부는 이번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포함해 민간 신탁 제도 개선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 치매 머니 종합 관리대책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차원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이연지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이익 등을 주목표로 하는 민간 신탁과 달리 본인의 복리를 위해 안전하게 재산이 쓰이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둔 복지 서비스로서의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의미에도 사상 처음으로 시행되는 형태의 시범사업인 만큼 갈 길은 멀다. 우선 대상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교수는 "아직은 치매 환자, 특히 기초연금 수급자를 중심으로 사업이 설계돼 있지만 인지 능력이 정상적이더라도 믿을 만한 보호자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신탁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나오는 대상자 케이스를 분석해 민간 신탁과는 차별적인 역할을 하는 선에서 대상자를 어떻게 늘려 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제철웅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교 교수 또한 "민간 신탁 제도의 경제적 학대·방임 방지 기능은 아직 미흡하기 때문에 기초연금 수급자(소득 하위 70% 노인) 외의 노인층에 대한 학대 방지에도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후견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시급한 문제다. 이번 시범사업은 대상자가 치매 환자인 경우 후견인과 공단이 계약을 체결하도록 했다.
즉 신탁 이전에 적절한 후견인이 선임되는 게 필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후견 제도 활용률이 낮고 법원의 후견인 결정이 오래 걸리며 인력 자체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
제 교수는 "우리나라 법원의 후견인 선임은 대개 6개월 이상, 1년까지 걸리는데, 후견 제도가 활성화된 일본을 보면 우리보다 건수도 7배 정도 많으면서 대개 결정은 2개월 안에 난다"며 "공공신탁을 위해 정부가 신청한 건은 절차·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영표 신영증권 전무는 "현재 각 치매안심센터의 공공후견 사례가 한두 건 정도에 불과하다"며 전문 공공후견인 양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도입된 치매공공후견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후견인을 물색해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하고 선임된 후견인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이지만, 활용률은 낮은 실정이다.
위탁 재산의 범위와 운용에 대한 논의도 남은 과제다. 시범사업은 일단 재산의 범위를 현금과 일부 지명채권,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으로 한정했다.
이 교수는 "고령층 재산에서는 부동산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현금이 아닌 형태의 부동산 등 재산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수익에 따른 부동산 분류와 임대 관리 문제·법적 리스크가 있는 경우의 유형별 공공신탁 가능 여부 등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공공신탁 시범사업을 포함해 민간 신탁 제도 개선 등을 아우르는 전반적 치매 머니 종합 관리대책을 저출산위 차원에서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현재 7개로 제한된 민간 신탁의 재산 범위를 늘리거나 위탁 기관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당초 치매머니 대책은 지난해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담길 예정이었으나 저출산위의 인구전략위원회 개편이 추진되며 늦어졌다.
저출산위 관계자는 "개편 후 발표될 제1차 인구전략계획에 '치매 고령 환자의 자산관리 보호 대책'으로 법무부·금융위원회 등과 후견·민간 신탁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한 대책을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